[4월의 밤하늘] 초승달만큼 밝아질 아틀라스 혜성이 온다!
유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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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2 12:07 | 최종 수정 2020.09.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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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꽃샘추위도 물러가고 추위에 떨며 별을 보던 힘든 시기가 끝났습니다.
주변 곳곳에는 피어나는 꽃들로 인해 이제 봄이 절정으로 향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일반적으로 4월은 별 보기에 마냥 좋은 시기는 아닙니다. 춘분(3월 21일경)이 지나고 이제는 해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계절풍의 영향으로 잦은 봄비가 내리고 맑고 건조한 날에는 봄의 불청객 황사가 불어옵니다. 황사의 계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황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달이 바로 4월입니다. 4월의 맑은 날은 결코 흔하지 않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황사가 없는 날, 그리고 달빛이 없는 날.
만약 오늘이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4월의 어느 날이라면 부디 망설이지 말고 관측지로 떠나길 바랍니다. 어쩌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달의 밤하늘엔 어떤 대상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4월 8일에(망) 보름달이 떠오릅니다. 월출 시각은 해가 진 직후인 19시 14분으로 2020년 한 해 동안 가장 커다란 보름달을 만날 수 있습니다. (8일 03:08 달 근지점 위치 : 356,900km) 참고로 올해 가장 작은 보름달은 12월 25일입니다. 이때의 달과 지구의 거리는 405,010km로 지구와 가장 멀리 떨어집니다. 약 50,000km 정도의 거리차를 보이지만 사실 맨눈으로 볼 때는 그 차이를 인식하는 것을 불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으로 두 개의 보름달을 촬영하여 비교해보면 크기 차이를 쉽게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2020년의 가장 큰 보름달과 가장 작은 보름달을 촬영해서 나란히 비교해보는 것 어떨까요? 4월 8일과 12월 25일을 기억해 주세요.
그믐은(삭) 4월 23일입니다. 때문에 달빛의 영향 없이 관측하기 좋은 기간은 4월 하순으로 접어드는 4월 21일 과학의 날부터 4월 30일 부처님 오신 날까지의 기간입니다.
4월 3일에는 달과 벌집성단(M44 Praesepe cluster)에 가까이 근접합니다. 이때 달과 M44의 거리가 겨우 1.3°에 불과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7x50 쌍안경의 경우 배율의 시야가 약 7~8° 정도로 쌍안경으로 바라보면 달과, M44를 함께 관측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밝은 달빛으로 인해 프레세페 성단은 평소보다 어둡게 보이고 별의 개수도 적게 보입니다.
프레세페 성단은 지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산개성단으로 (577광년) 약 350여 개의 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역시 맨눈으로도 보이는 성단이기 때문에 고대부터 그 존재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프레세페를 망원경으로 처음 관측한 사람은 갈릴레오 갈릴레이입니다. 갈릴레이는 1609년 망원경으로 프레세페를 관측한 후 수십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400년 전 갈릴레이가 그랬듯 달과 함께 M44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4월 21일 ‘과학의 날’부터 시작하여 ‘부처님 오신 날’인 4월 30일 까지가 달빛의 영향 없이 관측하기 좋은 기간입니다. 특히 4월 하순부터는 밤하늘에 혜성이 찾아와 맨눈으로 보일 만큼 밝아질 것으로 보여 큰 기대가 됩니다.
금성은 저녁 좀생이별(플레이아데스성단, M45 Pleiades cluster)과 근접합니다. (0.3°) 역시 쌍안경으로 보면 좀생이별과 어울려있는 초승달의 모양의 금성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금성이 좀생이별을 가로질러 가는 현상은 약 8년마다 일어납니다.
M45 좀생이별(플레이아데스)은 밤하늘에서 가장 밝고 유명한 산개성단입니다.
시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7개의 별을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아데스란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티탄 아틀라스와 바다의 님프 플레이오네 사이에서 난 일곱 자매를 뜻합니다. 그리고 금성의 이름인 비너스(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는 미와 사랑의 여신입니다. 밤하늘에서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비너스와 7자매를 함께 만난다는 일은 매우 설레는 일입니다. 특히 4월 말에는 아틀라스 혜성이 맨눈으로도 보일 만큼 밝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플레이아데스와 아틀라스의 이름의 유래를 생각하며 관측하면 색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플레이아데스와 금성의 랑데부를 마지막으로 겨울철 밤하늘 천체들을 우리와 안녕을 고합니다. 어느덧 플레이아데스가 다시 떠오르면 우리는 겨울이 다가왔음을 느끼겠지요.
4월 15일 자정 무렵은 전형적인 봄철의 밤하늘을 담습니다. 봄철은 여름철과 겨울철에 비해 비교적 밝은 별들이 적은 편이지만 목동자리의 일등성 아크투르스와 처녀자리의 스피카, 사자자리의 데네볼라를 길잡이 삼아서 차근차근 살펴보면 별자리의 모습을 쉽게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목동자리 아크투르스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밤하늘의 별 중에서 시리우스 다음으로 밝은 일등성으로 북두칠성 국자 손잡이 부근이 그리는 곡선을 따라서 연장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큰곰자리 국자 손잡이에서 출발하여 아크투르스에 이르는 커다란 곡선을 우리는 봄철의 대 곡선이라 부르는데, 아크투르스에서 더욱 연장하면 처녀자리의 스피카까지 연결되고 아크투르스와 스피카를 밑변으로 하는 정삼각형을 그리는 위치에서 사자자리 베타별 데네볼라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세별이 만드는 삼각형을 봄의 삼각형이라고 부릅니다. 북두칠성과 봄의 삼각형은 서울 하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맑은 날 밤 도시에서도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4월에 가장 주목받는 천문현상은 바로 새로운 혜성 소식입니다. 매년 많은 수의 혜성을 발견하고 또 밤하늘에 있지만 이번에 오는 혜성은 맨눈으로도 보일 만큼 밝게 보인다는 예보가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C/2019 Y4(ATLAS) 이하 아틀라스 혜성 소식입니다
ATLAS(Asteroid Terrestrial-impact Last Alert System)는 하와이 대학(University of Hawaii)이 개발하고 NASA가 자금을 지원하는 소행성 충돌 조기 경보 시스템입니다. ATLAS 프로젝트에 의해 2019년 12월 18일 큰곰자리 부근에서 20등급 정도의 새로운 혜성이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이동하여 5월 말경 지구와 가장 접근을 하고 태양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게 됩니다.
NASA의 JPL Horizons 에 따르면 아틀라스 혜성은 금성에 버금가는 밝기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밝아진다면 해 질 무렵 긴 꼬리를 휘날리며 서쪽하늘을 가로지르는 장대한 혜성을 맨눈으로도 볼 수 있겠지요.
이 때문에 조경철천문대를 비롯한 전국의 많은 천문대가 기대를 갖고 혜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혜성의 밝기가 점차 밝아지는 4월부터 밤하늘 새로운 혜성 소식에 귀 기울여보세요. 아틀라스 혜성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특별 기사로 다시 한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4월 들어 가장 핫한 주제는 바로 아틀라스 혜성이 아닐까 합니다. 적어도 금성에 버금가는 밝기에서부터 초승달보다 밝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1997년에 왔던 헤일-밥 혜성 이후로 23년 만에 북반구에서 볼 수 있는 대혜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예측에도 언제나 변수가 있기 마련입니다. 혜성이 쪼개지거나 휘발성 물질을 다 소진해버린다면 멋진 혜성의 모습을 볼 수는 없겠죠. 예측대로라면 4월 말부터 5월까지는 맨눈으로 볼 수 있다고 하니 부디 무사히(?) 밝아지고 코로나19도 잠잠해져 걱정 없이 혜성을 관측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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