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수차
망원경 역사의 초기에는 굴절 망원경은 단 한 장의 볼록 렌즈로 이루어진 대물 렌즈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런 대물 렌즈를 사용한 망원경은 색수차(chromatic aberration)문제가 매우 크다.
색수차란, 대물 렌즈를 통과한 빛이 초점에 모일 때 파장에 따라 렌즈의 굴절률이 다르기 때문에 초점이 맺히는 위치가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즉 렌즈를 통과할 때 붉은색은 덜 꺾이고 파란색은 많이 꺾이기 때문에 붉은색 빛에 대해서는 초점거리가 길고 파란색 빛에 대해서는 초점거리가 짧다.
문방구에서 파는 싸구려 돋보기 렌즈를 가지고 별을 보면 별이 무지개빛으로 보일것이다. 보기에는 아름다워서 좋을지 모르나, 이런 렌즈는 천체관측용으로는 절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요즘에는 천체관측에 사용되는 렌즈 중 볼록렌즈 하나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거의 없으나, 가끔씩 싸구려 망원경의 파인더(5x24 같은 것)에는 이런 렌즈들이 사용된다. 이런 파인더로 별을 보면 별이 무지개빛으로 보여서 도저히 대상을 찾을 수가 없다.
광학 이론이 발전하기 전에는 색수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망원경의 구경에 비해 초점거리를 매우 길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만들어진 굴절 망원경들을 보면 f수(초점거리/구경)가 100 이상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구경 40mm 밖에 안 되는 망원경이 초점거리는 5m, 6m 되는 경우도 흔했다. 이렇듯 초점거리가 길어지니 경통이 따라서 길어지고 그래서 이런 망원경들은 너무나 불편했다. 이 때문에 아크로매틱 렌즈가 등장하기 전에는 굴절 망원경은 본격적인 천체관측에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아크로매틱 렌즈
1758년경 영국의 존 돌런드가 처음으로 아크로매틱 렌즈(achromatic lens)를 설계하였다. 아크로매틱 렌즈는 굴절률이 서로 다른 두 장의 렌즈를 겹쳐서 색수차를 줄이는 설계방식이다.
전형적인 2매 아크로매틱 렌즈는 볼록렌즈에 굴절률이 1.5 정도 되고 아베 수가 60 정도 되는 크라운 유리를, 오목렌즈에 굴절률이 1.6 정도 되고 아베 수가 35 정도 되는 플린트 유리를 사용한다.
보통 구경 60mm 이하의 렌즈일 경우는 두 렌즈를 접착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경우는 두 렌즈의 안쪽면의 곡률이 같아야 하므로 성능을 개선하는데 제약이 있고, 또 온도가 변하면 열팽창에 의해 파손될 우려가 있어 구경이 더 큰 대물 렌즈들은 대개 렌즈 사이에 작은 간격 (보통 1~2mm 정도) 을 둔다. 볼록 렌즈가 앞에 오는 방식을 프라운호퍼 방식, 뒤에 오는 방식을 슈타인하일 방식이라고 한다. 슈타인하일 방식은 프라운호퍼 방식에 비해 성능이 좀 더 좋으나, 렌즈 가공이 어려워서 만들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 많이 쓰이지는 않는다.
아크로매틱 렌즈는 이름과는 달리 색수차가 완전히 없지는 않다. 사실 굴절망원경에서 색수차를 완전히 없애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그 양이 얼마나 작은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보통 안시용으로 아크로매틱 렌즈를 설계할 때는 청색(F선)과 적색(C선)에서의 초점거리가 같아지도록 설계한다. 그러나 이렇게 설계하더라도 모든 파장에서 초점거리가 같아질 수는 없고, 그림과 같이 녹색(e선)에서 초점거리가 짧고 그 밖에 파장에선 초점거리가 다르게 된다.
그림에서 보듯이 녹색에서의 초점거리와 청색-적색에서의 초점거리의 차이를 2차 스펙트럼(secondary spectrum)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아크로매틱 렌즈의 경우 2차 스펙트럼의 크기는 초점거리의 1/2000 정도이다. 가령 초점거리가 1000mm인 아크로매틱 굴절 망원경이라면 녹색의 초점 위치와 청색-적색의 초점위치가 0.5mm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가 안시관측을 할 때는 사람의 눈이 녹색에 가장 민감하므로 녹색의 초점 위치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면 청색과 적색은 초점이 맞지 않아서 별이 부어 보이는데, 청색과 적색이 합쳐져서 밝은 별 주위에 보랏빛의 별무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색수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망원경의 초점거리를 길게 해야 한다. 색수차가 정밀한 관측에 지장을 주지 않게 하려면 f수를 cm로 나타낸 구경의 12.2배 이상으로 하면 되고, 아주 정밀한 관측이 아니라면 10배 정도면 된다고 한다. 가령 구경 100mm라면 f/10, 구경 150mm라면 f/15 이 된다. 150mm f/15 라면 초점거리가 2250mm이고 경통 길이는 2미터가 넘는다. 200mm f/20 이라면 경통 길이가 4미터가 넘을 것이다. 이 때문에 아크로매틱 굴절 망원경은 대구경으로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시판되는 아크로매틱 굴절 망원경은 구경 100mm 이하가 대부분이고, 큰 것이라고 해도150mm 정도이다.
요즘 시중에는 단초점 아크로매틱 굴절 망원경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80mm f/5 나 150mm f/6 이런 극단적인 단초점이 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데, 이런 망원경들은 망원경 크기가 작아서 운반에는 편리하지만 색수차가 심하다. 저배율로 딥스카이를 관측하거나 은하수의 별무리를 보는 데는 쓸만하지만 고배율로 행성관측을 하는 데는 불리하다.
일반적인 2매 방식의 아크로매틱 렌즈보다 색수차를 더욱 줄이려면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렌즈의 수를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렌즈를 ED 나 플로라이트 소재로 바꾸는 것이다. 이러한 망원경의 대물렌즈를 아포크로매트라고 부른다.
본 게시물은 과거 Starryland에 올라왔던 이준희님께서 2003년 1월 13일에 올리셨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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