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은 정말 카메라 렌즈와 비슷한 구조인데, 빛이 입사되는 동공(Pupil, 눈동자)에는 자동으로 조절되는 조리개(Iris)가 달려있어서 어두운 곳에서는 지름이 5mm 정도까지 확장됩니다. 아래 이미지는 밝은 대상과 어두운 대상에 따라 조리개가 조절되는 구조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직접 이미지 하단 크레딧에 입력된 사이트에 들어가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또한 사람의 눈은 독특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카메라의 CCD에 해당되는 망막(Retina 사과폰 만드는데서 레티나라고 부르는 그것이 바로 망막입니다.)의 중앙부에는 색을 감지할 수 있지만 밝은 빛을 주로 받아들이는 추상체(Cones, 錐狀體, 뾰족한 모양의 세포)라는 센서가 위치하고 주변부에는 색은 잘 못 보지만 어두운 빛을 감지하는 간상체(Rods, 桿狀體, 막대 모양의 세포)라는 센서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잘 알려진 대로 불량화소같이 아무것도 인식할 수 없는 맹점이라는 부분도 있지요.
즉, 우리 눈은 감도는 낮지만 컬러를 인식할 수 있는 컬러 CCD 역할을 하는 추상체가 망막의 중앙부에, 감도는 높으나 흑백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고감도 모노 CCD 역할을 하는 간상체가 망막의 주변부에 있습니다. 당연히 미약한 별빛은 간상체로 봐야하며 그렇기 때문에 어두운 대상은 직접 눈 중앙부로 보는 것 보다 약간 주변부에 놓고 관측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다시 부연설명을 하면, 어떤 어두운 대상을 관측할 때 접안렌즈의 중앙에 대상을 위치시켰다면 시선의 중심을 중앙이 아닌 주변에 두고 흘긋거리면서 보는게 더 잘 보인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간상체를 이용하여 관측해야 하기에 어두운 대상은 컬러로 보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정리하면,
어두운 별빛을 잘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공을 최대한 확장시키고, 간상체로 관측을 해야합니다. 사실 초보관측자라면 간상체관측이나 기타 관측 테크닉 보다는 빨리 눈을 어둠에 적응시키는 훈련을 해야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관측지에 가서 렌턴 등을 켠 상태로 장비 세팅 다 마친 후 한 5분 지긋이 눈을 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눈은 이미 상당히 어둠에 적응됩니다.
궁수자리 삼렬성운
여름밤에는 아름다운 성운이 많습니다. 그중 저는 처음 6인치 반사망원경으로 관측했던 기억이 선명하던 M20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20년도 더 전인 고등학생 때, 학교 동아리 선배들이 자작했던 6인치 반사망원경이 전수되어 왔었는데, 그걸 좀 망원경답게 정비한 후 용문산에 가서 관측을 했었습니다. 은하수를 훑다가 궁수자리에 도달한 후 눈에 쏙 들어온 삼렬성운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그 망원경이 사실 얼마나 제대로 된거였겠나 싶지만(구면수차를 제거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초점거리를 길게 만든 망원경입니다.) 그냥 봐도 갈라진게 보였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샤를 메시에가 1764년에 처음 관측한 이 성운은 현대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쉽게 네 갈래(이름은 삼렬이지만)로 나눠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우리 은하의 방패-센터우르스 나선팔(Scutum–Centaurus Arm) 지역에 위치하는 이 성운은 새롭게 태어나는 신생아 수준의 별들과 발광성운, 반사성운, 암흑성운이 어우러져서 다양한 컬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밝기도 밝아서 소형 쌍안경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대로, 궁수자리의 핵심인 남두육성을 찾을 수만 있다면 손잡이 첫번째와 두번째 별, 그리고 가상의 삼각형 지점을 생각해서 관측하시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백색 종이에 그린 후 반전) 지난달에도 소개했던, 이스라엘의 아마추어 천문가가 200mm 반사망원경으로 관측한 스케치입니다. 배율을 100배 이상으로 해서 그려서 그런지 제가 생각하던 이미지 보다는 조금 어둡네요, 50~60배 정도로 관측하시면 밝기도 꽤 밝게 3~4개로 갈라진 느낌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메시에 대상이 가장 많은 곳
여름밤에는 아름다운 성운이 많습니다. 그중 저는 처음 6인치 반사망원경으로 관측했던 기억이 선명하던 M20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거의 지뢰밭 수준으로 메시에 대상이 많은 장소가 바로 이 지역입니다. 소개해드릴 만한 대상이 너무 많지만 이번달엔 여기서 하나만 더 골라보겠습니다. 비교적 주변에 있는 M16입니다.
독수리 성운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런 이미지들은 절대 눈으로 이런 색을 볼 수 없으며, 게다가 이 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을 이용하여 합성해서 만든 거의 재창조에 가까운 이미지입니다. 창조의 기둥이라고 명명한 이 사진은 성운 내부의 상황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별 생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소와 성간 먼지(Interstellar dust)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700mm 정도되는 망원경과 특수한 필터를 이용하면 관측이 가능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만, 저는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습니다. 관측해보신 분들이 있다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실제 눈으로 보이는 것과 비슷한 이미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분의 이미지를 계속 인용하는 이유는 허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뭔가가 있다는 느낌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3개의 기둥 같은 부분이 앞서 보여드린 허블로 촬영한 창조의 기둥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위 사진은 필름 천체사진 시절 최고의 사진가였던 호주 천문대의 데이비드 말린이 촬영한 이미지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M16의 이미지입니다. CCD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 저 사진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렸네요. 저작권 오픈된 사진을 못 찾아서 첨부를 못했지만 M16 이미지를 검색해보시면 아마추어가 촬영한 허블급 사진을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찾아가는 방법은 이번에도 남두육성을 이용합니다. (사실은 궁수가 아니라 뱀자리에 있습니다만…) 손잡이를 따라 계속 동쪽으로 커브를 꺾는다는 느낌으로 망원경을 움직이면서 찾으시면 됩니다. 200mm 정도 되는 망원경을 사용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참, M16은 쌍안경으로는 관측이 어렵습니다.
이번 8월 12일에는 달과 토성이 매우 가깝게 접근합니다. (중심거리 기준 약 1도 정도) 가능하다면 망원경을 이용해서 달과 토성을 함께 관측하고 새벽에 달이 지면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관측한다면 가장 최적의 관측이 될 듯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달과 토성이 멀어집니다. 그러므로 해가 진 직후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바로 관측하는 것이 최적의 시점이 됩니다. 그래도 그 이후로도 달이 질 때 까지 함께 지속적으로 보이니 시간 제약없이 관측하시면 될 것입니다.
기획중인 기사를 위해 스페이스타임즈는 지난달에 이어 두번째로 유럽 출장을 나와있고 빠르면 가을 정도에 논문발표와 보도를 동시에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프랑스로 26일 건너가서 27일 촬영할 계획으로 하루 여유를 두고 있었는데, 27일에 프랑스 남부 비 예보가 거의 확실한 상황이라 25일 오늘 이 글을 송고하고 여기 바르셀로나에서 짐을 싸서 바로 출발해야 할 듯 합니다. 덕분에 시간도 부족하고, 타지에서 거의 쓰다 보니 좀더 채우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다음달에는 보다 알찬 내용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잘못된 부분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요새 어설픈 장마철이라고 비도 많이 안오고 덥기만 하면서, 습도는 아주 높은 하늘 보기 힘든 계절입니다만, 은하 중심부가 보이는 여름철은 파티와 같습니다. 휴가를 가신다면 계곡이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풀벌레 소리도 들어가면서 별을 볼 수 있는 여유를 하루만이라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