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 만드는 아저씨랑, 고딩들이랑 자작 망원경 제작기 (프롤로그)

김정현 기자 승인 2019.11.29 14:35 | 최종 수정 2020.01.28 10:58 의견 0

망원경 만드는 아저씨랑, 고딩들이랑 자작망원경 제작기
(프롤로그 : 망원경 만드는 아저씨 이야기)
잠신고 연합동아리인 아마스텔라가 자작망원경을 제작 관측하던 중
(주)에스엘랩 대표이사를 만나 망원경에 대해 다시 배우고 만드는 과정을 그립니다

사실 오늘 올리려고 했던 포스트는 얼마전, 11월 밤하늘을 쓸때였던가요? 그때 예고해드린 잠신고등학교 학생들이 반사망원경 만들기에 도전했던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들과 망원경 제작작업이 조금 전인 밤 11시에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걸 다 정리해서 금요기획에 올리려니 시간이 좀 부족하더군요. (에디터가 저한테 준 데드라인이 목요일입니다.)

자신들이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관측하던 모습, 운명적인 순간!

연말이 되니 정신없이 바빠집니다. 지금 하고 있는 1.2m 망원경 개발 사업이 최종설계를 마치고 제작단계로 들어가면서 바쁘고, 2020년도 정부사업들 수주 때문에 바쁘고, 성공하면 그때 말씀드리겠지만 또 다른 엄청난(?) 망원경 사업을 제안하고 있기에 바쁩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 매주 저와 여러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요. 제안서 작업으로 피로가 누적된 직원들에게 포스팅을 미룰 수 없고 금요기획을 건너뛸 수도 없고, 세이브 원고도 없는 관계로 오늘은 제가 밤새고 써보려고 합니다.
스페이스타임즈가 벌써 반년 가까이 기획기사를 올려왔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격려와 관심을 보내주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먼 이야기로 느끼시는 분들도 있고, 어떻게 별을 봐야 하는지 막막해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아주아주 편안하게, 저는 별을 어떻게 보게 되었고, 또한 취미의 영역에서 어떤 마음으로 별을 보시는 것이 좋을지 다른 분이 쓰신 글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나를 우주로 이끈 시간 1986년

언젠가 제 이야기를 한번은 하겠지만, 오늘은 그 시작 이야기만 잠깐 해보겠습니다.
저를 우주과학 하는 사람으로 이끌린 계기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제가 9, 옛날이니까, 국민학교 2학년이었죠. 그해는 천문, 우주과학으로 이슈가 많았습니다.
정확한 날짜를 찾아보닌 1986126일이 보이저2호가 천왕성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한 날이었습니다. 지지난달 이달의 밤하늘에서 썼던 천왕성 사진이 바로 그것이죠. 우리는 태양계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서울의 33년 전 사진을 보면 정말 옛날 사진이구나하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런데, 토성 바로 다음에 있는(비교적 가까운) 천왕성을 제일 잘 찍어준 사진이 무려 33년 전에 찍은 사진이라는거죠.

[ 1986년, 같은 해에 촬영한 서울 올림픽공원(좌) 1986년의 천왕성(우) (Credit : 서울사진아카이브, NASA)]

그 사진이 지구에서 공개되고 나흘 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되었습니다. 그때 TV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었고, 브라운관 속에서 챌린저호가 폭발하는 것을 똑똑히 봤죠. 유치원 시절부터 TV 속에서 우주왕복선이 날아가는 걸 종종 보곤 했기에 그때 느낀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중계하던 사람들이 할말을 잃고 정적이 이어지던 그 장면은 지금도 잊혀지질 않네요. 아래 당시 발사 영상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죠.

모든 우주왕복선이 그러하 듯, 챌린저호는 여러 미션을 갖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미션이 우주에서 핼리혜성을 관측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챌린저호의 미션패치에는 성조기 위로 핼리혜성이 그려져 있습니다. 후일담이 많이 있지만, 여러 엔지니어들이 챌린저호의 발사를 연기하라고 요청했었고 NASA는 문제점을 증명하라면서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했죠. 왜냐하면 핼리혜성이 29일 근일점을 통과하기 때문에 그 전에 지구궤도와 적절히 만나는 시점(다음에 나오게 될 핼리혜성 궤도 그림 참조)에 관측하려면 더 이상 늦출 수 없었기 때문이죠.

[챌린저호 미션패치 (Credit : NASA)]

당시 미국사회의 충격은 엄청났습니다. 우주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레이건 대통령도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죠. 당시 챌린저호 참사에 대한 연설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We’ve grown used to the idea of space, and perhaps we forget that we’ve only just begun. We’re still pioneers. They, the member of the Challenger crew, were pioneers.”

우리는 우주라는 개념에 익숙해지면서, 아마도 어쩌면 우리가 갓 시작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아직 개척자입니다. 바로 챌린저 대원들이 개척자였던 것입니다."

이 사건은 미국에 반드시 성공을 해야 한다는 안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계기,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는 자성을 이끌어냈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나오는 성실실패제도가 출현하게 된 계기가 됩니다. 뭐 그렇다고 보신주의와 관료주의가 사라진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도전하는 정신이 살아있으니 SpaceX같은 회사가 튀어나올 수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를 살펴보면, 정부에서 기업이나 대학에 지원하는 R&D사업의 성공률은 100%에 달하는데요. 이 말은 거꾸로 말하면 실패할 연구에는 도전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러니 무슨 혁신이 가능하겠습니까? 실패할 수도 있는 사업에 도전을 하고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는 사업에도 투자를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린 보이저2호는 요즘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태양계의 끝에 도달했다, 드디어 태양계 너머 성간(인터스텔라)영역에 들어섰다 이런 기사가 나오고 있죠. 이 보이저2호는 42년 전에 발사한 것이죠. 이 미션당시에 현역이던 분들은 거의 은퇴하셨고, 심지어 돌아가신 분들도 많습니다.

[NASA에서 공개한 보이저1,2호의 타임라인 인포그래픽 (Credit : NASA)]

 

이야기가 너무 딴데로 도는데, 다시 돌아가면….

제가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핼리혜성이었습니다. 혜성이 온다는 것을 초딩이었던 제가 알리는 없고 아버지가 저를 이끌어주셨던 것이죠. 하지만 1986년의 핼리혜성과 지구의 접근각도는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기억속에 혜성의 꼬리 같은건 남아있지 않고, 그냥 저게 혜성인가보다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저 먼 태양계에서 지구까지 주기를 갖고 찾아오는 혜성이라는 존재는 꽤나 매력적이었습니다.

[1986년의 핼리혜성 (Credit : NASA)]

당시 저는 아래 사진의 책을 읽고(이 시국에 적절치 않지만, 할레이혜성이라는 표현은 일본식 표기입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을 무럭무럭 먹고 자라는 국딩이었지요

[조경철 박사님이 쓰신 핼리혜성에 관한 책 (Credit : 김정현)]
[핼리혜성 궤도]

80~90년대는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았던 시기입니다. 핼리혜성은 비록 대단하게 잘 보이지 않았지만 당시 많은 매체에서 다뤄졌고, 특히 과학잡지들의 주된 주제였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학잡지인 과학동아의 창간1호 표지가 핼리혜성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시 과학키즈라면 누구나 들고 다녔을 아래 잡지의 매니아였습니다

[학생과학 89년 7월호 (Credit : 김정현)]

저 잡지의 기획특집을 보십시오! 무려, “우주인과 UFO : 예고없이 찾아오는 은하계의 불청객”!!! 매달 학생과학에서는 우주관련 내용이 나왔고 간간히 나오던 작고하신 김한철 할아버지가 올리시는 망원경회사 광고는 제 마음을 설레게 했죠. (그분 만나서 알바하고, 결국 망원경 제작을 하게 된 이야기도 나중에 한번 하겠습니다.)

이렇게, 9살짜리 소년이 별을 보는 세상에 빠져든 이야기를 올려봤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일들에 치이면서 항상 너무 바쁘지만, 오늘은 또 그런 고등학생들을 만나서 뚝딱거리며 나무잘라가면서 원시적으로 망원경을 만들다 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살면서 누구나 그렇겠지만, 삶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제게도 그런 분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 한 분이 제가 과거에 운영했던 Starryland.com 이라는 사이트에 남겨 주신 글이 하나 있에 옮겨봅니다.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셨기에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데, 형님 특유의 너털거림과 별을 보시던 마음이 그리워 이제는 허락을 받을 수 없지만 허락하실 것이라 믿고 올려봅니다.

그럼 다음주에는 또 제가… 12월의 밤하늘을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 낚기별 낚기

2002. 8. 11. 김세현

요즘 비가 많이 왔습니다...
별 보는 사람들에게 쥐약인 계절답게 벌써 두어달 정도나 장비를 쉬게하고 있습니다...

어젠 오랫만에 장비를 뒤적여 보았는데 넣어둔 방습제가 축축해진걸 보니 요즘 비가 오긴 꽤 왔나봅니다...

별보는 취미가 아무래도 돈과 시간을 잡아먹는 취미이다 보니 열심히 일하는 분들..  특히 농촌에서 일하시는 분들 옆에두고 장비 싣고 휙휙 먼지 휘날리며 다니면 양심에 많이 찔리기도 했지요...

이태전인가는 봄 가뭄이 심해서 자주 관측을 다닌적이 있었지요..

주말마다 왜그리 날이 좋은지.. 그러면서도 주말에 또 날씨가 맑기를 바라곤 했는데.. 그때 농촌에선 가뭄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서 날이 좋기를 기대하면서도 양심에 찔렸는데..  요즘은 하도 비가 많이와서 비그치고 날 맑기를 바라는 심정은 농촌일하는 사람이나 별 보는 사람이나 똑 같아 졌네요...

이제 비 많이 오는 시즌도 끝나가는것 같으니..  오랫만에 좌판 벌려볼 기대에 가슴이 설렙니다...

별보는 취미를 꽤 오랫동안 가지고 이것 저것 하다가 보니 요즘은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언가 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제 경우를 한번 적어보면...

먼저 관측지에 도착하면 하늘 한번 빙 둘러보고 서둘러서 장비를 셋팅합니다...

그리고 간이 의자를 꺼내 앉습니다...

보온병에 가지고 온 아주 연한 멀건 커피를 종이 컵에 따라 손에 잡고는 의자에 기댑니다..

그리고 하늘을 보면...

별이 아니라 세월이 보이게 됩니다...

지금 겪고 있는 어려운 회사일로 부터 시작해서.. 오랫동안 못본 친구들..

몸이 좋지 않아 병석에 누우신 어머니..  돌아가신 아버님의 고단한 옛 모습..

학교 다닐 때 기억.. 소년기때 매일같이 지고 다녔던 우주에 대한 호기심.. 그 때 본 하늘에 대한 기억들..  툇마루에서 별보며 잠들던 어머니의 무릎...

그리고는 많은 세월에 대한 여러가지 감상들이 하나로 뭉뚱그려져 한 덩어리로

가슴속에서 돌아다닙니다...

그리고는 살아갈 일에 대해서도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게 되지요...

저 같은 경우 이렇게 한 두시간을 보냅니다...

이 한 두시간은 제가 별을 보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요...

이 시간이 지나면 별을 봅니다...  행성도 보고..   Deep sky 도 찾습니다...

사진도 찍습니다...  일주도 찍고 ..  별자리도 찍고 .. 가끔은 Deep sky도 찍습니다... 

더러는 소주도 한잔 하지요...

가지고 간 커피에 소주나..  아니면 싸구려 위스키를 한 두방울 떨어뜨려 마시면 목에서 부터 위장으로해서 머리끝으로 진한 감동이 오지요..^^ ..  특히 겨울에 그렇습니다..

별보러 가서는 이것 저것 하는 것이 많다 보니 실제로 제대로 하는 것은 없더군요..

사실 특정한 한 분야를 제대로 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구요...

그저 캄캄하고 조용한 외진 관측지에서 편안하게 밤을 보내는 그 자체가 제게 있어서는 별 보는 취미의 가장 큰 낙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꾼들의 대화는 주로 장비에 많이 있더군요...

물론 장비도 재미를 많이 줍니다...

내 장비가 남의 장비보다 나으면 괜히 안심이 되고.. 남이 없는 액세서리 가지고있으면 자랑하고 싶고..

혹 초보자가 옆에 있으면 별자리 이것 저것을 일러주면서 느끼는 즐거운 현학들...

렌즈의 다양한 광학이나 깊은 하늘의 숨은 쥐구멍까지 찾고.. 찍고.. 그리고...

적도의의 다양한 기계적 성능 등을 모두다 꿰뚫고 있으면서 관측할 때의 여러 장비의 수준을 정의해주고...

이것들도 별보는 즐거움의 한 분야입니다... 다른 취미의 분야에서도 모두 비슷하지요..

하지만 취미가 안정되고나서..  자기에게 즐거운 분야가 서서히 굳어지게 된다면 정말 별 보는데 있어서 장비란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군요...

사람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분명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저 같은 경우 라면 소구경 ED 굴절에 그저 피기백 촬영 가능할 정도의 소형 적도의.. 35 mm 수동카메라 한 대만 있으면 대충 90 % 는 커버가 되는 군요...

처음 시작할때의 별에 대한 호기심...

물론 여기엔 과학과 낭만, 신화, 미지에 대한 호기심.. 등등 여러가지가 뭉뚱그려져 있겠지만 처음 시작할 때의 호기심이 원래 자기 것이 아닐까요..?

장비라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수단에 불과한..  그래서 우리 꾼들이 지금 다루는 비중보다는

훨씬 낮은 가치를 쳐 줘야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별 보는데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수단은 바로 나의 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눈과 연결된... 내가 대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관계된...

나의 삶과 시간을 느끼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별 보러가면 멍석 하나를 바닥에 펼쳐 놓으시고 그곳에 누워 밤 하늘을 한번 보십시요..

별자리 전혀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아마 망원경으로 밤새 보는 것 이상으로 아름다운 밤하늘과 약간은 지루하면서도

조금 졸리는 듯한 유년기의 아름다운 호기심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별이 있는..  또는 별을 볼 수 있는 그 장소에 밤하늘과 내가 같이 있다는

그것 자체로도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지요.. 그리고 이건 별보는 취미에 있어서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가치있고 흥미있는..  그래서 더욱 이 취미의 본질적인 분야가 아닌가 합니다..

말하자면 장비라는것은 별꾼들에게 있어서 본질적인 가치가 아닌 부가가치 정도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장비에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길래 잠 안오는 밤에 적어 봤습니다...

거슬리는 내용이 있더라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굳이 파를 분류한다면 안시파.. 사진파.. 모임파..  다음 정도에 오는 낭만파에 속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가 합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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