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이 전국에 창궐하면서, 평범했던 일상이 사라진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며칠전 3월 2일 출장으로 외곽순환고속도로를 운전하는데, 다른 때였으면 입학식이나 이런 저런 일들로 차가 엄청 많이 밀려야하는데 어쩌면 그렇게 한가하던지... 살면서 그런 3월 2일은 처음 봤습니다.
다행히 밤하늘을 보는것은 전염병과 아무 상관이 없으니 다행입니다. 다만 과학관이나 천문대가 문을 닫은 곳이 많은 관계로 이번달은 눈으로 별을 보거나 작은 망원경을 이용하여 혼자 직접 별을 보는 것에 대한 내용으로 내용을 전개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달 밤하늘은 지각을 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ㅜㅠ
요즘 망원경을 하나 만드는게 있는데, 이게 국내에서 제작한 것 중에서는 가장 큰 것이고 마지막 단계라 정신이 없네요.
이번달은 셋째주 부터 별을 볼만 해집니다. 이제 새벽무렵부터는 봄철은 물론 슬슬 여름철의 별자리도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17일 정도면 달이 새벽 2시에 뜨니 그 전까지는 달의 영향이 없이 자유롭게 관측이 가능합니다.
특히 18, 19일에는 달이 화성, 목성, 토성과 만나게 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롯 표준렌즈의 화각을 갖고 있는 카메라면 촬영이 가능합니다. 아래 사진은 클럽의 천국이라는 스페인의 이비자섬에서 촬영된 5개의 행성과 달입니다. 사실 이런 사진은 아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사진은 아니고 약간의 부지런함만 있으면 가능하므로 DSLR 카메라와 화각이 넓은 렌즈(24mm 정도)만 있으면 촬영이 가능합니다.
올해 초부터 계속 말씀드려왔는데, 해질녘 서쪽의 금성이 점점 밝아지고 있습니다. 이번달 25일을 정점으로 그 밝기는 -4.4 등급으로 최대치가 됩니다. 밝을 때의 금성은 밤하늘 전체에서 태양, 달에 이어 세번째로 밝은 천체가 됩니다. 새벽에 빛날 때 보다 저녁에 빛날 때 더 보기 좋으니 꼭 이번달에는 맨눈으로 금성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현재 금성은 아래 그림에서 맨 왼쪽에 있는 정도의 상태입니다. 태양과의 각도가 가장 멀어져있는 상태이므로 최대이각이라고 말하고, 동쪽에 있어서 동방최대이각이 됩니다. (어디가 동쪽인가 이게 헷갈리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간단히 생각하시면... 태양이 있는 쪽이 남쪽입니다. 그 반대는 당연히 북쪽이죠. 그래서 아래 그림상에서 왼편이 동쪽, 오른편이 서쪽이 됩니다.)
행성들은 반시계 방향으로 공전을 합니다. 따라서 동방최대이각 위치에 있는 금성은 앞으로 점점 지구와 가까워집니다. 다만 지구에서 볼 때 태양빛을 반사시키는 면이 좁아지므로 밝기는 줄어들며 태양과의 각도 역시 다시 작아지므로 점차 관측이 어려워집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점인 내합의 위치에 오면, 지구에서 볼 때 태양과 금성이 거의 비슷한 위치에 포개지므로 관측이 불가능합니다. 시간이 더 지나, 위 그림 상에서 서쪽으로 넘어가면 저녁에 보이던 금성은 이제 새벽에 보이게 됩니다.
저는 금성을 떠올리면 고등학교때 등하교하던 생각이 나곤 합니다. 저녁때 집에 갈 때, 서쪽에 떠있거나 아침 일찍 학교갈 때 동트기 전 동쪽에 떠있는 금성이죠. 나름 열심히 살 때, 인간의 곁에서 위로해주는 천체는 금성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위 그림은 작년부터 올해 5월까지 금성의 위상변화를 보여줍니다. 동방최대이각인 3월 25일에는 반달처럼 보이고, 가장 고도가 높게 되지요.
지난달에 달과 화성, 목성, 토성이 만났던 것 처럼 이번달에도 비슷한 현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3월 20일, 21일 사이에 벌어지는 목성과 화성의 만남입니다.
위 두 그림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102mm 굴절망원경에 약간 좋은 접안렌즈를 통해 보이는 목성과 화성의 모습니다. 20, 21, 22일 3일 연속으로 목성의 근처를 지나가는 화성을 관측할 수 있는데 가장 가까워질 때의 거리가 약 46분 정도가 되므로 태양이나 달의 지름보다 조금 큰 정도의 거리가 됩니다. 이정도로 두 행성이 가깝게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은 현상이니 꼭 관측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사진도 좋지만 눈으로 보는 이런 현상은 꽤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다만 새벽이라는것이.... 망원경 없이 맨눈으로 봐도, 거의 바싹 붙은 두 행성이 신기하게 보일겁니다.
2020년 3월의 밤하늘 지도입니다. 1일 저녁 10시, 15일 저녁 9시, 31일 저녁 8시경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이 성도를 보는 방법은, 아래 2019년 5월의 밤하늘을 참고해주세요.
갑자기 어두워진 베텔기우스는 이번 겨울엔 별일이 없이 지나갔고, 코로나19라는 불청객과 함께 봄이 와버렸습니다. 이번달 밤하늘에는 정확하게 서쪽 절반은 겨울철 밤하늘이, 동쪽 절반은 봄철 밤하늘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떠나간 겨울철을 뒤로 하고 이번달은 봄철 밤하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봄철 밤하늘의 선두 별자리는 사자자리입니다. 사자자리는 아래 그림처럼 북두칠성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나오는 별자리입니다. 사자자리는 88개 별자리 중 12번째로 큰 별자리이며 황도12궁 중 하나이고, 알파별인 레굴루스, 그리고 유명한 이중성인 데네볼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시에 은하가 M65, 66, 95, 96, 105 5개나 있고, NGC3628이라는 화려한 은하도 있습니다. 특히 M65, 66, NGC3628은 LEO Triplet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은하들로 지구에서 약 3500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오늘은 이 은하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하려는것이 아니라,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런 은하를 제대로 관측하려면 최소한 지름 300mm 정도 되는 반사경을 쓰는 망원경이 있어야합니다. 옛날에 비하면 요즘은 이런 망원경도 꽤나 저렴해져서 마음만 먹으면 구매가 가능하지만, 비용을 떠나서 덩치가 크기 때문에 초보자가 바로 이런 대구경 망원경을 사용하기는 좀 버겁습니다.
우리가 여름이나 겨울철 밤하늘 기사에서 다뤘던 구상성단이나 산개성단들은 실제 그 지름이 커봐야 30광년 정도입니다. 30광년만 해도 말도 안되게 먼 거리지만 이런 대상들은 은하의 부속품이므로 은하에 비해서는 아주 작다 할 수 있지요. 우리 은하나 위의 NGC3628 같은 은하는 10만 광년 정도가 됩니다. 길이로만 친다면 10광년인 구상성단은 우리 은하의 1/10000 밖에 안되는 크기가 됩니다.
이 개념을 기준으로, 망원경에 대해 가장 많이 듣는 두번째 질문인 "이 망원경 어디까지 보여요?"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사실, 이건 질문의 의미를 잘 몰라서 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저로서는 거의 우주 끝까지 보여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거든요.
망원경을 크게 만드는 것은 더 먼 곳까지 "잘" 보기 위함입니다. 더 먼 곳을 본다는 것은 우주의 초창기 모습을 관측하기 위함입니다. 가장 유명한 망원경인 허블을 사용하여 2003년 9월부터 2004년 1월 사이
에 800회에 걸쳐 약 278시간동안 노출을 준 사진인 Hubble Ultra Deep Filed는 약 120억년 전의 은하를 촬영한 사진입니다. 허블 망원경은 지구를 돌고 있기 때문에, 한 대상을 계속 촬영할 수는 없고 자전하면서 관측에 적합한 위치로 돌아올 때 촬영해야하므로 이토록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노력을 통해 우주가 생성되고 겨우 18억년 밖에 안된 초창기의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Hubble Ultra Deep Field에 자외선이미지를 추가하여 새롭게 합성한 eXtreme Deep Field으로 명명된 사진으로 2009년에 공개되었습니다. 이 사진에서는 132억년 전의 빛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링크는 여기) 따라서 우주 탄생 후 6억년의 모습이 담겼다고 할 수 있지요.
따라서 천체망원경이 어디까지 보여요? 보다는, 얼만큼의 과거까지 볼 수 있냐고 묻는 것이... 즉, 거리개념보다는 시간개념으로 질문을 해야 정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상용 망원경이라면 어떨까요? 지구는 둥그렇기 때문에 우리 망원경으로는 볼 수 있는 거리에는 한계가 발생합니다. 해발고도 0m에서 관측자 키가 약 2m 정도라고 본다면 우리가 볼 수 있는 최대 먼 거리는 고작 5km 정도입니다. 이는 망원경을 사용해도 마찬가지이므로 해발고도 0인 곳에서 관측한다면 볼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는 5km가 됩니다. 다만 높은 산으로 올라가서 관측하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요.
아래 그림은 평평한 지구론에 대한 반박을 위한 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번역을 못해서 죄송합니다.) 지구는 구체이므로 아무리 좋은 망원경으로도 볼 수 있는 먼 거리에는 한계가 있다는 내용이 아래 그림에 잘 나타나있네요.
그럼 핵심으로 정리하자면, 아마추어 들이 사용하는 중소형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는 퀘이사입니다. 퀘이사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신 분도 있을텐데요, 이것은 은하같으면서도 지구에서 볼때는 항성같아 보이고 엄청나게 빨리 돌고, 중력은 엄청 높은...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좀 이상한 천체입니다. 초창기 발견된 퀘이사들은 강한 전파를 발산하여 그것이 특징이라고 여겨졌고 그래서 QUASi-stellAR radio source, 줄여서 퀘이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부 그런 것도 아닌 아직도 더 확인할게 많은 천체입니다. 반면 이것들은 초기 우주에 주로 존재하고 최근의 우주에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멀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위 목록은 아마추어급 망원경으로 관측 가능한 퀘이사의 목록입니다. 밝기에서 보이는대로 만만한 대상들이 아닙니다. 따라서 300mm 정도 되는 망원경은 필수입니다. 보통 아마추어들은 처녀자리의 3C273을 많이 관측하고 저는 대학생때 관측을 해봤는데, 보면 그냥 별로밖에 안보입니다. 따라서 무려 24억4천만 광년이나 떨어진 엄청 먼 대상을 봤다라는 기쁨은 있지만 그닥 별볼일은 없습니다....
정리하면... 이 망원경으로 어디까지 볼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받으시면, 아마추어급 천체망원경이라면 24억 4천만 광년, 허블망원경이면 132억 광년, 해발고도 0m에 설치된 지상망원경이라면 5km입니다. 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달이 세 행성의 곁을 지납니다. 19일 새벽에 가장 오밀조밀하게 모이니까 그때가 최적기라고 생각됩니다만, 날씨가 어떨지 모르니 사진을 촬영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세 날 모두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남동쪽 하늘이 완전히 열린 곳을 찾으셔야 하고, 행성들과 함께 촬영하기 좋은 적당한 지상 배경(산이나 랜드마크가 될만한 대상)을 같이 넣으심이 좋습니다.
작년 겨울이 시작될 무렵부터 거의 하루도 안빼먹고 수영을 다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그런 일상이 사라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소소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말씀하시더군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일상이 전염병으로 할 수 없게 된 것을 생각하니 많이 안타깝고, 병에 걸린 분들, 치료하는 분들, 생업에 지장을 받는 분들, 소외된 분들이 더 안타까워집니다.
부디 이달이 지나기 전에 사그러들어서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저희가 만들고 있는 한국 제작 최대 사이즈의 망원경이 이번달에 완성됩니다. 다음달에는 그 망원경 이야기도 함께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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