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The Wall Street Journal에서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별이 없는 밤하늘 아래에서 살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세상의 몇이나 밤하늘 속 별을 보고 살아갈까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밤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는 이유를 우리는 과학의 발전과 함께 증가한 ‘공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럼 어떤 공해가 밤하늘에서 별을 사라지게 만드는 걸까?
밤하늘의 별을 빼앗는 공해
1952년 영국에서는 강력한 스모그가 발생했었다. 그리고 그 강력한 공해로 인해 4,000명이 단기간에 사망하였으며, 이후 몇 개월 사이에 12,000명이 이 오염에 의해 사망하게 된다. 심지어 외출을 하지 않고 실내에 머문 사람이 사망하기도 하였으니, 대기오염에 대한 제한이 없던 그 시절의 공해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알 수 있다.
LA와 런던의 스모그 사태로 인해 미세먼지에 대한 기준이 생기고 강화되었지만, 미세먼지가 연일 하늘을 뒤덮는 걸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통계적 수치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의 수는 700만명, 담배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600만명으로, 미세먼지로 인해 죽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별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아주 틀린말은 아니다. 실제로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한 날에는 밤하늘 속에서 별의 수가 줄어든다. 별이 덜 보이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밤하늘 속에서 별을 완벽하리 만큼 사라지게 만드는 진범은 따로 있다.
별을 훔쳐간 빛공해
우리는 야간에 불빛이 없으면 극도의 불편함을 느낀다. 전등이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유용한 야간의 불빛이 타인에게는 공해가 되기도 하며, 심한 경우 자연에게 직접적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런 불빛으로 인한 공해를 천문학자들은 ‘빛공해’ 혹은 ‘광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빛공해 세계 5위권 안을 늘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빛공해가 많은 나라 중에 하나이다. 불빛은 대기에 있는 여러 가지 입자와 부딪히면서 산란되고, 그 결과 하늘이라는 공간 자체를 밝아지게 만든다. 그로인해 우리는 밤하늘에서 더 이상 별을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별지기들은 불빛을 피해서 깊은 시골로 시골로 이동하는 것이다. 별을 보는 천문대에 처음 가본 사람들은, 천문대의 입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천문대 역시도 별을 보기 위해 밝은 불빛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인 전구들은 거리의 제곱만큼 에너지가 약해진다. 거리에 따라서 불빛의 영향이 급속도로 적어진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별지기들은 대기의 영향과 함께 불빛의 영향도 함께 피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산을 선택하는 편이다.
빛공해의 영향
불빛으로 인한 영향은 별이 사라지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불빛은 반딧불이 같은 빛을 이용해 번식을하고 활동하는 생명체들이 설 자리를 빼앗는다. 들깨와 같은 일부 식물들은 불빛 여부에 따라서 성장이 95%가량 억제되기도 한다. 실제 우리나라 법원에서도 불빛으로 인한 작물의 미성숙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적이 있고, 이는 불빛과 생명체간에 일어나는 어떤 영향력의 유관성을 인정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IDA(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와 같은 밤하늘 보호 단체들에서는 바다거북이의 멸종위기와 불빛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바다거북이는 나방과 같이 불빛에 반응하여 불빛을 쫓아가는 양의 주광성을 가진 생물이다. 바다거북이는 알에서 깨어나 바다 위에 비치는 달빛과 별빛을 찾아서 바다로 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문제는 바다거북이 서식지 주변에 가로등이 생기게 되고 바다거북이가 가야할 길을 잃게되어 많은 수의 바다거북이들이 죽고있다는 것이다.
외에도 불빛은 야간을 틈타 먹이활동을 하는 생물들의 위치를 드러나게 하기 때문에, 먹이사슬을 파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불빛이 동물들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불빛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치는데, 대표적인 것이 유방암 발생확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야간의 불빛은 사람의 멜라토닌 생성을 저해하는데, 이 멜라토닌의 생성이 저해될 경우 암의 발생확율이 높아진다. 이와 비슷한 기작으로 인해 당뇨나 고혈압의 발병률도 높아지니 불빛이 마냥 좋은것이라고 하기는 어려울듯 하다. 이 외에도 건축학에서는 불빛으로 인한 공해를 침입광으로 부르고 있으며, 집중력 저하 등 침입광으로 인한 인체의 영향에 대한 연구들을 진행중이다.
우리는 700만년 전 최초의 인류로부터 불과 약 150년 전까지 전등이 없이 살아왔다. 그 결과 우리 몸은 해가 지고나면 어두운 곳에서 활동하도록 설계되어있다. 하지만 토마스 에디슨 이후 전등은 어두운 밤을 밝히고, 우리는 어두운 밤이 아닌 밝은 밤을 보내고 있다. 그렇기에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블루라이트 논란을 시작을 불빛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6년 미국 의사협회에서는 필요 없는 불빛은 최대한 자제하고, 야간에 꼭 빛이 필요한 경우에는 백색등이 아닌 약 3000k정도의 붉은 빛이 도는 빛을 사용하길 권장했다. 올해에는 핸드폰의 빛과 같이 약한 불빛을 쬘 경우에도 실험쥐의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불빛은 잘 쓰면 윤택한 삶을 보장해주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의 과도한 불빛은 작게는 에너지 낭비를, 크게는 내 건강을 빼앗기도 한다. 꼭 필요한 불빛만 키며 생활하는 문화가 자리잡는다면 우리는 돈과 건강 그리고 밤하늘 별까지 함께 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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