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우주를 보다.

가두연 기자 승인 2018.03.14 10:31 | 최종 수정 2019.04.30 11:05 의견 0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천자문(千字文)’의 첫구절이다. 흔히 천자문을 아이들이 처음 배우는 책으로만 알고 있는데, 천자문은 4글자씩 하나의 시가 되는 사언고시(四言古詩)의 구조로 적혀있다. 위의 첫 구절 “天地玄黃(천지현황)”을 해석하면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가 될 것이다. 다음 문장이 재미있는데 “宇宙洪荒(우주홍황)”으로 “우주는 넓고도 거칠다.”가 된다.

아주 오랜 옛사람들도 이미 “하늘과 땅(天地)”과 별개로 거칠고도 넓은 “우주(宇宙)”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천자문사언(四言) 250문장으로 아이들의 한문 입문서로 사용되어졌다.
천자문(千字文)
사언(四言) 250문장으로 아이들의 한문 입문서로 사용되어졌다. <사진출처 : 위키백과>

‘우주’의 어원은 중국 전한시대의 철학서 “회남자(淮南子)”에 기록된 “往古來今謂之宙, 天地四方上下謂之宇(왕고래금위지주, 천지사방상하위지우)”에서 유래한다. 해석하면 “예부터 오늘에 이르는 것을 주(宙)라 하고, 사방과 위아래를 우(宇)라 한다.”는 뜻이다.

상당히 철학적인 개념으로 보이지만, 쉽게 풀이하면 “우(宇)”는 “공간”을, “주(宙)”는 “시간”을 의미한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시공간”이라는 말로 표현될 것이다.

서양에서 우주는 “공간(Space)”의 개념만을 가지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부터 고전물리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자와 과학자들이 적용한 우주의 개념은 “공간으로서의 우주”였다. 그들은 공간내에서 지구와 지구 주변의 천체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 연구하였다.

여기에 “공간과 시간이 어우러진 우주(Universe)”의 개념을 만든 사람이 있다. 바로 “아이작 뉴턴(Isaac Newton,1642 ~1727)이다. 뉴턴은 고전물리학을 완성시킨 수학자 겸 천문학자로 ”공간내에서 시간의 변화에 따른 물체의 운동“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뉴턴역학“을 완성했다.

아이작 뉴턴뉴턴이 생각한 우주는 절대적이고 질서적인 우주이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뉴턴이 생각한 우주는 절대적이고 질서적인 우주이다. <사진출처 : 위키백과>

뉴턴역학에서 우주는 “균일한 공간에 절대적인 시간이 흐르는” 곳으로 설명된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공간자체가 변하지는 않으며, 어떤 존재에게도 시간은 절대적으로 똑같이 흐른다. 따라서 어떠한 물체가 어떠한 공간에서 어떠한 운동을 한다면 그것을 관측하는 관찰자는 그 물체가 시간이 변화함에 따라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계산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

이러한 뉴턴의 우주는 “절대적이고 질서적인 우주(Cosmos)”가 된다. 인간은 물체의 위치와 운동만 안다면 어떠한 것도 설명할 수 있다. 뉴턴역학시대의 어떤 과학자는 “옛날 태양계를 이룬 성운 속에 이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들어있다.”고 까지 말하였다. 성운이 질서적인 법칙에 의하여 태양계를 이루었고, 질서적인 법칙에 의해 지구를 이루고 셰익스피어가 나타났으며, 셰익스피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썼다는 것이다. 만약 인간이 그때 성운의 물리량과 운동량을 알고 있었다면, 이미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계산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물론 이러한 계산은 인간이 그 모든 물리량과 운동량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현재는 우주를 이렇게만 보지 않는다. 이제 우주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세계 속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우주는 어떠한 모습일까? 아직도 절대적이고 질서적인 모습일까? 아니면 모든 것이 혼돈 속에 파묻힌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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