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오로라가 비추는 암흑의 세상

오로라 전파관측을 통해 외계 떠돌이 행성을 찾다.

가두연 기자 승인 2018.08.17 10:48 | 최종 수정 2018.09.10 12:06 의견 0

우주공간에는 우리가 아직까지 자세히 모르는 존재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스터리 천체인 “블랙홀(Black Hole)”과 정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암흑물질(Dark Matter)” 같은 존재들입니다. 사실 이것들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두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으로 빛마저 흡수하여 버리고 암흑물질은 빛과 반응하지 않습니다. 천문학자들이 우주를 알아내는데 빛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입니다.

이런 어두운 존재들 중에는 “갈색왜성(Brown Dwarf)”과 “떠돌이 행성(Rogue Planet)” 이라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천체도 있습니다.

떠돌이 행성의 상상도
실제로는 빛을 내지 않는 암흑의 세상이다.
(출처 : ESO)

갈색왜성과 떠돌이 행성은 서로 비슷합니다. 우선 매우 어둡습니다. 갈색왜성은 수소핵융합반응을 일으키기에는 질량이 적어 태양과 같은 별이 되지 못한 천체입니다. 떠돌이 행성 역시 스스로 빛을 내지는 못합니다. (갈색왜성은 적외선영역의 빛을 발산합니다. 떠돌이 행성은 그마저도 미약합니다.) 그리고 이 둘은 자유롭습니다. 갈색왜성은 별(항성)이 될 뻔한 천체이기에 태양과 마찬가지로 어느 천체의 중력에도 속해있지 않으며, 심지어는 자신을 공전하는 행성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떠돌이 행성도 이름 그대로 떠돌이입니다. 그것들은 어쩌면 태양과 같은 별의 행성으로 태어나 어떠한 이유로 그곳을 떠났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갈색왜성처럼 본래 외톨이로 태어난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갈색왜성과 떠돌이 행성의 분류도 확실하진 않습니다. 좀 더 무거운 질량을 가진 천체를 갈색왜성, 좀 가벼운 천체를 떠돌이 행성으로 부르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예는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태양계의 행성의 정의가 정해진 것은 2006년입니다. 그 이전에는 행성과 소행성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천체들을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찾아내고 있을까요?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은 거의 내보내지 않고 대부분 적외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적외선을 이용해 탐색에 나섭니다. 하지만 적외선은 지구 대기에 대부분 흡수되어 관측하기 어렵고 정확도도 매우 떨어집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갈색왜성과 떠돌이 행성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습니다.

최근 애리조나 주립 대학(Arizona State University)의 멜로디 카오(Melodie Kao)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로부터 20광년 떨어진 거리에서 SIMP J01365663 + 0933473로 명명된 떠돌이 행성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떠돌이 행성은 목성 질량의 12.7배(일반적으로 갈색왜성의 질량 하한치를 목성 질량의 13배로 생각합니다.), 반경은 목성의 1.2배, 표면온도는 섭씨 825도로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되었습니다.

SIMP J01365663 + 0933473의 관측에는 VLA(Very Large Array)라는 거대한 전파망원경들이 사용되었습니다. VLA는 지름 25m크기의 전파망원경 27개를 이용한 간섭관측방법을 이용하여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관측하는 강력한 천체망원경입니다.

하지만 이 떠돌이 행성의 관측에 더 큰 도움을 준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강렬한 “오로라(Aurora) 현상”입니다. 오로라는 태양풍에 의해 대전된 입자가 지구 자기장을 따라 대기권에 진입하여 빛을 내는 현상입니다. 북극과 남극에서 많이 관측되는 탓에 극광(極光)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오로라는 지구 이외에도 목성과 토성처럼 자기장이 강한 천체들은 오로라 현상이 나타납니다.

SIMP J01365663 + 0933473의 상상도
강력한 자기장을 통해 오로라가 발생하고 있다.
(출처 : NRAO)

SIMP J01365663 + 0933473은 지구 자기장보다 4백만배 더 강력한 자기장을 갖고 있습니다. 목성의 자기장이 지구보다 2만배 더 강력하니, 이 떠돌이 행성은 목성보다 200배나 더 강력한 자기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강한 자기장을 통해 SIMP J01365663 + 0933473은 격렬한 오로라를 생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로라의 존재는 이 떠돌이 행성이 자체적인 달을 갖고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SIMP J01365663 + 0933473는 항성계에 속해있지 않은 떠돌이 행성이라 태양풍을 내뿜는 항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보유한 위성에서 나오는 대전된 입자들이 이 떠돌이 행성에 오로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목성의 오로라는 주로 태양풍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이오(Io)”라는 위성의 화산활동으로 나온 대전 입자에 의해 생성됩니다.

목성 자기장의 모습
SIMP J01365663 + 0933473은 목성보다 2백배 더 강한 자기장을 갖고 있다.
(출처:Wikimedia)

천문학자들이 이 새로운 관측을 눈여겨보고 있는 이유는 여기 있습니다. 이번 발견은 행성 자기장, 특히 외계 행성 자기장에 대한 더욱 깊은 통찰력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외계 행성을 탐지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또는 의심되는 떠돌이 행성은 17개가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은하계에만 천만개가 넘는 떠돌이 행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것들은 에너지를 전달해 줄 항성이 없지만 두꺼운 수소와 헬륨 대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오랜 기간 동안 지질학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주에서 찍힌 지구의 오로라 모습
SIMP J01365663 + 0933473에서는 더욱 격렬하고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출처 : NASA)

먼 훗날 항성들의 에너지가 다 하고 우주의 팽창으로 인해 더 이상 별이 생성되지 못할 정도로 밀도가 낮아지게 된다면 우리 후손들은 이런 떠돌이 행성에 정착하여 살아갈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들은 별마저도 빛나지 않는 어두운 하늘 아래, 격렬하고 찬란하게 물결치는 거대한 오로라의 장관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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