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 보내는 편지

가두연 기자 승인 2019.01.29 21:25 | 최종 수정 2019.04.29 17:08 의견 0

미항공우주국 NASA의 홈페이지에는 화성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편지를 받는 대상은 화성에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어느 외계인이 아니라 2004년부터 현재까지 화성을 탐사하고 있는 화성탐사로봇 오퍼튜니티(Opportunity)이다.

사실 오퍼튜니티의 임무는 현실적으로 중지된 상태이다. 작년(2018년) 6월에 화성에 불어 닥친 모래폭풍으로 인해 오퍼튜니티는 6개월 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2003년 7월 7일, 미국의 케이프커낼버럴 공군 기지(Cape Canaveral Air Force Station, CCAFS)에서 발사된 오퍼튜니티는 약 6개월뒤인 2004년 1월 25일 화성의 메리디아니 평원(Meridiani Planum) 에 착륙하였다.

화성에 도착한 오퍼튜니티의 첫 임무는 적철광(hematite, 赤鐵鑛)이 풍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향해 3m를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 첫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한 오퍼튜니티는 현재까지 약 45.16km를 움직여 가장 먼 거리를 주행한 외계탐사차가 되었다.

이 기특한 로봇에 대한 과학자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임무를 맡은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 JPL)의 과학자들은 오퍼튜니티에 “오피(Oppy)”라는 애칭을 붙이고 그녀(her)라고 부르며 임무를 수행하였다. 2004년 2월 5일 기록된 임무보고서에는 “그녀가 운전면허시험을 통과했다!(Passes Her Driver's Test!)”라며 유쾌하게 적어 놓았다.

원래 오퍼튜니티의 예상 탐사일은 약 90화성일(1화성일은 24시간 37분 23초로 지구의 1일보다 조금 길다.)이었다. 태양전지판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로봇의 특성상 먼지 등으로 태양전지판의 효율이 떨어지면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화성의 바람과 주행으로 인해 태양전지판의 먼지가 자연적으로 청소되며 14년이 넘는 기간동안 화성을 탐험하며 그 비밀을 지구로 전송하였다.

오퍼튜니티가 경사를 오르며 태양전지판의 먼지가 흘러내리고 있다.

오퍼튜니티의 임무에 이상조짐이 발생한 것은 화성에 착륙한지 5,101화성일이 지난 2018년 5월 30일이었다. 화성 남반부 엔데버 분화구(Endeavour Crater) 서쪽 인내의 계곡(Perseverance Valley) 주변을 탐사하던 오퍼튜니티로부터 1,000km 떨어진 곳에서 모래폭풍이 발생한 것이다. 먼 거리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이었지만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후속 일기예보는 연구팀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 후 화성의 표면은 모래폭풍에 덮여갔고 상황은 악화되어갔다. 5,100화성일에 시간당 652와트의 전기를 생산하던 태양전지판은 5,105화성일에는 시간당 468와트로 떨어졌으며, 5,107화성일(2018년 6월 6일)에는 태양전지판이 생산하는 전기량이 시간당 133와트까지 떨어졌다. 이때의 임무보고서에는 “오퍼튜니티가 지난 10년간 본 적 없는 먼지량이었다.(Opportunity has not seen this level of atmospheric opacity in over a decade.)”라고 기록되어 있다. 결국 연구팀은 5,108화성일 저전력전략을 세우고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모래폭풍은 더욱 심화되었고 5,111화성일(2018년 6월 10일) 오퍼튜니티의 전력생산량은 시간당 22와트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더 이상 신호가 감지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오퍼튜니티의 신호는 다시 관측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오퍼튜니티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제트추진연구소의 오퍼튜니티 연구팀은 아직까지도 임무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오퍼튜니티를 깨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퍼튜니티가 찍은 5,000화성일의 일몰

NASA 홈페이지의 한 특별한 공간, “화성으로 보내는 편지”에는 오퍼튜니티의 생존을 바라는 지구인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져 있다.

가장 최근 임무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오퍼튜니티의 신호가 없는 7개월이다.(Seven Months Without A Signal From Opportunity.)”

“600번 이상의 복구 명령이 오퍼튜니티에게 전송되었다.(Over 600 Recovery Commands Have Been Sent To Opportunity.)”

화성으로 편지를 보낼 지구인은 다음 페이지를 방문해보길 바란다.

https://mars.nasa.gov/participate/postcard/opportunity-r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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