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물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지구 생성기에는 표면 온도가 너무 높아 물과 유기물이 존재하기 어려웠다. 천문학자들은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혜성에서 물과 유기물질이 얼음상태로 보존되다가 지구가 식은 후 지구 표면으로 물과 유기물질을 전달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혜성에 다량의 유기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혜성 '67P 추류모프-게라시멘코(67P/Churyumov-Gerasimenko)'를 탐사한 로제타 미션(Rosetta)을 통해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새롭게 탄생하는 별 주위에 존재하는 원시행성계원반에는 이러한 유기분자가 존재하여야 한다. 하지만 관측 장비 부족 등의 이유로 이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최근 이정은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세계 최대 전파간섭계 망원경 '알마(ALMA: 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를 활용해 세계 최초로 행성 형성에 직접 관여하는 유기물질을 검출하는데 성공하였다.
일반적인 원시행성계원반은 태아별 중심에서 방출되는 빛에너지에 의해 데워진다. 원반의 대부분은 얼음상태이나 태아별 주변은 얼음이 기체로 승화될 정도로 온도가 높아지게 된다. 얼음이 기체로 승화되는 영역과 여전히 얼음으로 남아 있는 지역의 경계를 '스노우 라인(Snow Line)'이라고 한다.
원시행성계원반에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기분자들은 이 얼음에 갇혀 관측되지 않는다. 스노우 라인 안쪽의 유기분자들만이 기체로 함께 승화되어 관측이 가능하지만, 그 영역이 단지 수 AU(1AU:천문단위,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에 불과해 지금까지 관측되지 않았다.
이정은 교수팀은 오리온자리에서 탄생 중인 별 'V883 Ori'에 집중하였다.
V883 Ori는 'FU Orionis형 천체'로 태아별 중 폭발적으로 밝아지는 특징이 있다. 이 폭발적인 반응은 주위의 원반을 더욱 뜨겁게하고 스노우라인을 거의 10배 확장시킨다.
이 확대된 영역과 ARMA의 예리한 시야로 인해 이정은 교수를 비롯한 공동저자들은 행성과 혜성의 형성에 관여되는 메탄올(CH3OH), 아세톤(CH3COCH3), 아세토니트릴(CH3CN), 아세트알데하이드(CH3CHO), 메틸포메이트(CH3OCHO) 등 다섯가지 복합유기분자를 검출하였다. 또한 메탄올과 아세트알데하이드의 공간분포를 알아내었다.
연구팀은 "이 분자들의 분포는 반지름이 60AU인 반지 모양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 크기는 해왕성 궤도의 두배로, 이 반지 안쪽은 두꺼운 먼지로 가려져 보이지 않고 바깥쪽은 얼음에 갇혀 보이지 않는다. 이번 관측은 기다림을 통해 이루어진 운명적인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정은 교수는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교수는 "알마를 통한 연구는 국가적 노력과 기술 발전이 있어 가능했다."라고 말한다. 건설비용이 10억 달러 이상 드는 알마는 미국과 캐나다, 유럽, 동아시아(일본, 타이완), 칠레 등 다양한 국가의 예산이 투입됐다. 한국은 2013년 일본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알마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알마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도쿄대학교의 천문학자인 아이카와 유리(Dr. Yuri Aikawa) 박사는 "바위와 얼음으로 된 행성은 고체 물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원반 내 고체 물질의 화학적 구성이 특히 중요하다." 며 이번 관측의 중요성을 들어냈다.
이번 연구는 2018년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의 학연협력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다. 경희대학교에서는 이정은 교수를 비롯해 이석호 박사후 연구원, 백기선 (우주탐사학과 박사 5기) 학생, 윤성용 (우주탐사학과 석박사통합과정 8기) 학생이 참여했다.
이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폭발하고 있는 태아별 V883 Ori 주위를 돌고 있는 원시행성계 원반에서 얼음 분자 조성 (The Ice Composition in the Disk around V883 Ori Revealed by Its Stellar Outburst)>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정리돼 <네이처(Nature)> 자매지 <네이처 아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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