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현재 은하수는 22시경 동쪽하늘에서 관측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 대삼각형이라 불리는 여름철의 밝은 3개의 1등성을 찾으시면 은하수의 위치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3개의 1등성은 베가(Vega, 직녀별), 알타이르(Altair, 견우별), 그리고 백조자리의 데네브(Deneb)입니다. 외에 전갈자리의 1등성인 안타레스(Antares)까지 포함하여 여름철에는 1등성이 4개가 있습니다.). 은하수는 거문고자리의 베가와 알타이르 사이 백조자리 위를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백조자리를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천칭자리를 지나 전갈자리의 꼬리부분으로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카시오페이아자리를 지나 페르세우스자리로 이어집니다. 여름철 성도를 참고하시면 은하수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아실 수 있을겁니다.
여름철 대삼각형이라 불리는 베가와 알타이르, 데네브는 서울 도심에서 보일 정도로 밝습니다. 전갈자리의 안타레스 역시 남쪽으로 고도가 낮기는 하지만, 예전에 설명드린 목성 오른편에 위치하며 도심에서 보입니다. 즉, 은하수의 "위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단, 은하수를 보는 것은 어렵습니다. 은하수 자체가 매우 희미하기 때문입니다.
은하수를 보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들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우선 광해(인공불빛)가 없어야 합니다. 광해는 별빛을 가리는 주 원인입니다. 광해가 많은 도심지역에서는 1등성에서 2등성의 별을 보는 것이 한계입니다. 6등성의 별까지 충분히 보일 정도로 아주 깜깜한 지역을 찾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참고로 시야가 넓게 트여있는 곳이면 더욱 좋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은하수를 관측한 곳은 강원도 홍천군 계방산 근처의 운두령입니다. 그 당시 운두령은 광해가 적어 은하수를 관측하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아쉽게도 북쪽과 남쪽하늘이 약간 가려지긴 하였지만 그때 처음 본 은하수를 아직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운두령에 가로등이 설치되었고, 지금은 평창쪽의 광해와 겨울철 스키장에서 나오는 엄청난 광해로 인해 좋은 관측지 목록에서 빠졌습니다.
저는 가본적 없지만 지리산 역시 은하수를 관측하기 좋은 곳입니다. (선천적으로 등산을 싫어합니다...) 산세가 완만하여 시야가 넓게 트이는 곳이 많고 면적이 넓어 광해를 충분히 피할 수 있고 주변의 도심지도 크지 않아 은하수를 관측하기에 적당합니다.
시민 천문대 중에서는 화천 광덕산의 화천조경철천문대를 추천드립니다. 광덕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화천조경철천문대는 광해가 적고 사방의 시야가 트여있어 은하수 촬영 및 관측하기 좋은 장소로 유명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최고의 은하수는 몽골에서 관측하였습니다. 몽골의 테를지국립공원에 몇 년간 천문캠프장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 그 곳은 방문객들이 설명을 듣기도 전에 스스로 은하수를 찾을 정도로 은하수가 밝게 보였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가지고 간 카메라가 여행용의 작은 미러리스 카메라였기 때문에 좋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은하수를 관측하기 위한 두 번째 조건으로는 달이 뜨지 않아야 합니다. 달빛은 밤하늘 전체를 밝게 비추는 엄청난 광해입니다. 만약 달이 뜬 날 은하수를 관측하기 위해 천문대를 방문하셨다면 그 날은 은하수관측은 포기하고 달을 관측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달의 월령은 잘 알고계시듯 음력을 확인하면 됩니다. 음력 1일은 달이 뜨지 않는 삭(朔)이며 15일은 달이 가장 밝은 보름(望)입니다. 음력 1일을 기준으로 5일에서 7일 전후 기간에 은하수를 관측하실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당연하게도 날씨가 맑아야 합니다. 모든 천체관측이 그러하듯이 날씨가 흐리면 은하수를 볼 수 없습니다. 구름이나 안개, 미세먼지가 적은 날 관측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세가지 조건(사실 모두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만 갖추어진다면 여러분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를 관측하실 수 있습니다.요즘 어린 친구들은 은하수를 신화와 같은 존재로 인식하곤 합니다. 하지만 오늘밤에도 은하수는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으며, 분명 존재하고 있습니다. 단지 보기가 쉽지 않을 뿐입니다.
은하수 관측을 위해서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맨눈으로 봐야만 희뿌연 띠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천체망원경이나 쌍안경으로 은하수 부분을 관측하면 띠형태가 아닌 무수히 많은 별을 관측하실 수 있습니다.
은하수를 계속 관측하다보면 은하수가 백조자리부분부터 남쪽으로 두줄로 갈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은 우리나라의 고천문도(古天文圖)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국보228호)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은하수의 정체와 연관이 있습니다.
은하수의 정체는 우리은하(Milky Way Galaxy)입니다. 우리은하의 단면을 은하 안에서 관측한 모습이 은하수의 정체입니다. 은하가 두줄로 갈라져 보이는 이유는 우리은하의 암흑대에 가려 그 뒤의 별빛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물질의 밀도가 높아서 뒤의 별빛이 보이지 않습니다.
암흑대를 포함한 은하수의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천칭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부분이 우리은하의 중심부분이 됩니다.
우리 태양계는 우리은하의 중심부분에 위치하지 않습니다. (중심부분에 위치하였다면 오히려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은하의 반지름은 약 5만광년이라고 하며, 태양계는 은하의 중심부분에서 약 3만광년 떨이진 외각부분에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은하의 중심부분을 바라보게 되면 은하가 뚜렷하고 넓게 보이지만(중심까지의 거리 3만광년에 중심 반대편인 5만광년의 은하까지 겹쳐보이게 됩니다.) 반대쪽은 외각의 2만광년 범위의 우리은하만이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얇고 희미합니다. 은하의 중심부분은 여름철에 볼 수 있으며 외각지역은 겨울철에 보이게 됩니다. 따라서 은하수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여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씨만 맑으면 됩니다. 우리나라은 여름철 날씨가 흐릴 때가 많은 것이 은하수 관측의 큰 장해가 됩니다.)
은하수가 우리은하의 모습을 보는 것이라는 이유로 은하수 주변과 은하수를 제외한 부분의 관측대상도 크게 달라집니다. 은하수 주변에서는 나선팔에서 갓 태어난 산개성단들이 많이 분포합니다.
구상성단은 은하수의 위치와 상관없이 관측됩니다. (구상성단은 은하의 외각에 구형태로 이루어진 헤일로 지역에 분포합니다. 따라서 산개성단에 비해 거리가 멀며 구형태의 성운처럼 관측되기도 합니다.)은하는 오히려 은하수가 없는 부분에서 많이 관측됩니다. 은하수는 별과 성간물질이 밀집되어 있어 오히려 외부은하를 관측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이에 은하수가 보이지 않는 계절인 봄철밤하늘에 많이 분포합니다.(봄철 밤하늘을 은하의 창(窓)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은하단인 처녀자리은하단과 머리털자리은하단이 봄철에 위치합니다.
우리은하의 중심부분은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의 수수께끼였습니다. 은하 중심부에 워낙 많은 별과 성간물질이 밀집되어 자세한 관측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의 경우는 대학교 학부때까지 우리은하는 정상나선은하(Normal spiral galaxy)로 배우고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우리은하의 모습이 이웃인 안드로메다 은하와 비슷하다고 배우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최근 학생들의 교과서에는 우리은하의 정체가 정상나선은하가 아닌 막대나선은하(Barred spiral galaxy)로 바뀌었습니다. 최근 관측기술의 발달로 은하 중심부의 관측이 가능해지면서 우리은하의 모습을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은하 중심부에 초거대블랙홀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며, M87의 초거대블랙홀에 이어 관측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우리은하 중심의 초거대블랙홀의 관측은 이루어졌으며, 현재 관측데이터를 합성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 스페이스타임즈 직원들은 경북 봉화의 깊은 산속으로 (고속도로에서 차로 두시간을 들어가는...) 관측여행을 떠났었습니다. 그곳은 1급수의 물에서만 산다는 열목어가 사는 곳이고, 가장 가까운 인가까지는 차로 30분을 나가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주변이 모두 산에 둘러쌓여 하늘의 시야가 넓지는 않았지만 산 사이로 보이는 은하수와 가끔 선물처럼 떨어지는 별똥별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계곡 옆 넓은 바위에 누워서 하늘을 보고 있다보면 시간이 멈춰있는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핸드폰이 안터져서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별을 보는 사람들에게 더운 낮에 잔뜩 열을 받았다가 밤이되면 습기를 뿜어내는 나무숲의 풀냄새와 시원한 계곡물소리,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산등성이 사이로 보이는 은하수는 여름의 상징입니다. 이젠 차로 한참을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은하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있는 명소들이 남아있습니다.
올 여름 휴가계획을 잡고 계신다면, 하루쯤은 은하수가 보이는 곳에 잠깐 차를 세워두고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