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밤하늘] 이 별을 보면 당신도 불로장생!

김정현 기자 승인 2020.01.31 14:51 | 최종 수정 2020.01.31 17:45 의견 0

정말 이번 겨울은 이러다가 제대로된 눈을 한번도 못볼 것 같네요. 보통 오리온자리나 시리우스가 영롱한건 날이 차야 그 느낌이 더 살고 겨울철 다이아몬드도 그래야 반짝이는 것 같거든요. 이 포스트 쓰고 며칠 지나면 봄꽃이 하나둘 올라올 날이 곧 올 듯 합니다. 미래영화에 나오는 겨울은 정말 황량하지만 실제 2020년의 겨울이 이렇게 따뜻할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1월의 밤하늘 포스트 서두에 요즘엔 빅 이벤트 천문현상이 없다고 적었는데, 이런! 1월초에는 베텔기우스가 갑자기 어두워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천문학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측을 하고 있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인류가 탄생한 후 우리는 제일 어두운 베텔기우스를 보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포스트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고, 베텔기우스는 오리온자리의 오른쪽 어깨니까 꼭 한번 찾아보세요. 어두워졌어도 아직은 충분히 밝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를 참고하세요. 1,2편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전세계에 역병이 돌고 있는 뒤숭숭한 상황이라 몇차례 공지 올렸던 제가 진행하려 했던 2월 8일의 양천구 갈산 도서관 강연은 5분만에 80분이 모두 예약을 해주셨으나 불가피하게 연기되었습니다(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공지드리겠습니다). 이럴 때는 건강 조심해야죠! 2월의 밤하늘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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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월식이 있었죠? 가려지는게 거의 느껴지지 않는 반영월식이었는데요. (네.. 저는 안봤습니다.) 사실 보름 근처때는 하늘을 잘 올려다보지도 않네요. 그래도 천체를 관측하려면 달을 봐야합니다. 이번달 월력은 어떨까요?

이번달 8일은 정월대보름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설날보다 더 성대하게 지냈다는 날이 이날인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오곡밥, 부럼깨기 같은 풍속들 중 상당수는 정월대보름에 행하던 것들입니다. 그런데, 정월대보름에는 날이 제일 클까요? 사실 이 질문은 늘 받는 것 중 하나인데요,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사진 : 달의 시직경 (ⓒ Paco Bellido, 2015)
사진 : 달의 시직경 (ⓒ Paco Bellido, 2015)

위 사진은 2014~2015년의 달 크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8월 10일이 근지점이고, 3월 5일이 원지점이었습니다. 당연히 멀면 작게 보이고, 가까우면 크게 보입니다. 따라서 대보름이나 추석때 달이 더 큰건 사실이 아닙니다.

그림 : 달의 근지점과 원지점 (ⓒ Ángel R. López-Sánchez, Moon image: Paco Bellido)
그림 : 달의 근지점과 원지점 (ⓒ Ángel R. López-Sánchez, Moon image: Paco Bellido)

위 그림은 지구로부터 달이 가까울때와 멀어질 때의 거리를 보여줍니다. 보통 달은 지구로부터 38만 킬로미터 떨어져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평균입니다. 따라서 서로간의 거리로 인해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크기 변화가 발생하며 이는 대보름이나 추석의 주기와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아무튼, 이번달은 22, 23일 주말에 달이 없습니다. 이날 날이 맑다면 베텔기우스도 보고 겨울철 별자리를 찾아서 떠나보시죠.

 

관심있는 분들은 요즘 저녁하늘에 아주 빛나는 별이 하나 있는것 보셨을 것입니다. 별이 아니라 금성이지요? 저녁에 보이니까 우리나라말로 개밥바라기라고 해야겠죠.

요즘 저녁시간 천문대는 금성이 다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그 빛이 워낙에 강하고 아직도 더 강해져갑니다. 지난달에도 말씀드렸듯이 3월 25일까지 계속 발아집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1월 29일에는 달과 비교적 가깝게 만나서 빛났는데요, 이거 찍으려고 삼각대랑 카메라랑 바리바리 챙겨서 나갔는데... 하필 배터리가 방전되서... ㅜㅠ

그림 : 2020년 2월 행성들의 모습 (ⓒ Stig's Sky Calendar)

새벽까지 밤을 새보시면 아시겠지만, 요즘 새벽 해뜨기 직전에 화성, 목성, 토성이 나란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그 사이를 2월 19, 20, 21일에 걸쳐 달이 지나가면서 행성과 세 행성이 함께 있는 현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밤하늘 풍경에서 이어가겠습니다.

3월에 있을 금성의 동방최대이각에 앞서, 2월 10일에는 수성이 동방최대이각을 맞이합니다. 덕분에 2월 10일 경에는 금성과 수성을 동시에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습니다. 6시 50분 경 부터는 관측을 시작하셔야할 것입니다. 수성의 고도는 약 9도 정도로 도심지에서도 빌딩이 없다면 볼 수 있는 위치입니다. 같은 시간 금성의 고도는 약 32도입니다.

그림 : 금성과 수성

2020년 2월의 밤하늘 지도입니다. 1일 저녁 10시, 15일 저녁 9시, 29일 저녁 8시경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이 성도를 보는 방법은, 아래 2019년 5월의 밤하늘을 참고해주세요.

잘 알려진대로, 밤하늘은 무한대의 거리에 있는 별들이 가상의 구에 촘촘히 박혀있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같은 지구상에서도 관측자의 위치가 다르면 보이는 밤하늘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서두에 있는 초신성(2) 포스트에 이런 내용이 잠깐 있는데요, 기원후에 있었던 8개의 초신성 중 몇개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관측이 불가능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는 너무 남쪽 하늘에 있는 지역에서 별이 폭발해서 그런 것이죠.

오늘 말씀드리는 내용은 이 포스트를 읽으시는 분들과 함께 불로장생의 길을 걸어 2095년 11월 27일 대한민국에서 볼 수 있는 금환일식을 관측할 수 있을까 싶어 시작해봅니다. 지금 초등학생은 아슬아슬하게 볼 수 있을 듯 하나, 저 처럼 20세기에 태어난 분들은 이렇게라도 하고 싶어서....

그림 : 대한민국 대부분 지역에서 관측 가능한 2095년의 금환일식 (ⓒ Fred Espenak, 2014)
그림 : 대한민국 대부분 지역에서 관측 가능한 2095년의 금환일식 (ⓒ Fred Espenak, 2014)

 

오늘의 주제는 카노푸스입니다. 사실 카노푸스는 대한민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별이 아닙니다. 이 별이 속한 용골자리라는 별자리 자체가 저도 어색하고, 제대로 다 관측을 열심히 해본적이 없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카노푸스는 태양(-26.74), 시리우스(-1.47) 다음으로 밝은 -0.74등급인 별입니다. 베텔기우스에서 시작해서 시리우스를 거쳐 완만하게 이어지는 곡선의 형태로 찾아가면 관측할 수 있는데, 이 별은 "전몰성"이라하여 서울에서는 땅 위로 올라오지 않는 별입니다. 전몰성은 관측자 위도값에서 90을 빼면 나오는 값으로 알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다루겠지만(사실 지구과학에서 다루긴 했습니다만, 요즘엔 또 안다루는 것 같더군요. 적경 적위라는 천구좌표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천체의 적위가 저 값보다 더 크면, 해당 지역에서는 아예 땅 위로 올라오지 않는 것입니다.

이 카노푸스는 적위값이 -52° 42′도이므로, 서울(위도 37° 30′도)에서는 관측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합니다. 지평선 부근은 대기의 두께가 두껍습니다.(이 이야기도 언젠가...) 따라서 천체의 빛은 굴절도 많이되고 손실도 커집니다. 또한 지평선 근처에는 어려가지 지형지물이 많아서 관측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카노푸스를 보기 위해서는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합니다. 아마 남천이 트인 덕유산이나 지리산의 높은 봉우리에서는 모두 관측이 가능할 것입니다. 아래의 두 그림은 서울에서 보이는 밤하늘과 제주도에서 보이는 밤하늘입니다. 아래쪽이 조금 더 보이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 : 서울에서 보이는 남쪽 하늘 (2월 22일 저녁 9시)
그림 : 서울에서 보이는 남쪽 하늘 (2월 22일 저녁 9시)
그림 : 제주도에서 보이는 남쪽 하늘과 카노푸스 (2월 22일 저녁 9시) (ⓒ 스페이스타임즈, 2020)
그림 : 제주도에서 보이는 남쪽 하늘과 카노푸스 (2월 22일 저녁 9시) (ⓒ 스페이스타임즈, 2020)

위 그림처럼 베텔기우스와 시리우스를 비스듬하게 지나서 내려가면 지평선 위에 간신히 빛나는 별이 있을 것입니다. 이 별이 바로 카노푸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알려져있던 별로 세조때 노인성을 들며 임금의 축수를 빈 시가 전해오고, 영조 때에는 노인성을 글짓기 주제로 삼기도 했다합니다. 이순지의 천문유초에도 이 노인성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수명을 관장하는 별로 생각했고, 일본에서도 수명이 늘거나 재수가 좋다 했답니다. 검색을 해보니 제주도에서는 이 별을 관광 아이템으로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더군요.

가울에서 겨울 내내 조건만 맞으면 관측가능하지만 지금은 저녁 9시 쯤 볼 수 있는 시기이므로 딱 좋은 시기입니다. 부모님과 제주도에 가셔서 카노푸스를 보여드리고 함께 건강을 기원해보시지요. 저는 십여년 전 고흥에서, 그리고 적도 지역에서 본적이 있긴 합니다만 직접 찍은 사진은 없네요. 아래 사진은 카노푸스가 잘 보이는 위도인 미국 마이애미에서 찍은 것입니다. 얼마나 밝은지 수평선에 빛이 번지네요.

사진 : Canopus Reflected (ⓒ Kevin Palmer, 2014)
사진 : Canopus Reflected (ⓒ Kevin Palmer, 2014)

그리고 이달의 천체관측 기초 개념원래 천체관측의 중요한 개념인 각거리를 다루려고 했는데, 시간이 여의치 못해 다음달로 넘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서 이달의 행성에서 설명드린대로, 달과 세 행성의 랑데뷰가 펼쳐집니다. 위 그림대로 18, 19, 20, 21일 연달아서 펼쳐지는데 21일에는 달의 고도가 너무 낮은 관계로, 가능하면 20일이나 19일 관측하시는 것이 가장 좋은 풍경을 관측하실 기회가 될 듯 합니다. 한번에 세 행성을 동시에 달과 관측하는 것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 현상입니다.

새벽에 이 행성들이 보이는 것을 보면 또 이렇게 일년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아직은 아주 잘보이는것은 아니지만 망원경이 있다면 이제 슬슬 다시 저 세 행성을 관측하실 수 있습니다.

사진 : 폰카로 찍은 달과 금성 (ⓒ 김정현, 2020)
사진 : 폰카로 찍은 달과 금성 (ⓒ 김정현, 2020)

서두에 말씀드린, 제대로 찍어보려고 카메라랑 다 들고 나갔다가 배터리 없어서 폰카로 찍은 사진입니다. 올릴만한 사진은 아니지만, 지난 1월의 밤하늘 때 직접 찍어 올리겠다고 말씀드린 것도 있고 하여.... 이 폰은 노트8이고, 망원모드로 촬영했습니다. 그냥 Auto로 찍으면 너무 노출이 과다로 찍히는 관계로, 약간 노출을 줄여서 찍으면 저런 모습으로 촬영됩니다.

저도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별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낮에는 망원경 설계하거나 만들고 천문대 건설 관련된 컨설팅 같은 일을 하다보면 정작 밤에는 별을 보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아마 별을 보는 대부분의 시기는 망원경을 설치하는 시점이고 나머지는 그냥 올려다보는 정도입니다. 그러고보니 별, 천문, 망원경 이런일을 한지가 올해로 20년이 됩니다.

맨날 같은 일을 하는게 너무 무료해서 다른 일을 해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스페이스 타임즈이고, 봉사활동(UNAWE)이고, 우주교육사업입니다. 그 가장 중요한 목적은 우주과학의 저변확대인데요, 올해부터는 천문학 봉사활동, 우주과학교육에 관한 내용을 조금씩 올려볼까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들어가서 한번 살펴보시고, 다음달부터는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올려볼까 합니다.

춥지는 않지만, 모두들 역병 조심하시고, 건강히 다음 기사로 만나뵙겠습니다.

 

글 : 김정현 기자
밤하늘 일러스트 : 우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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