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에는 저녁 8시 30분에 수성과 금성이 가까이 접근하지만 높이가 7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데다 일몰 후 30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하늘이 아직 밝을 시간이라 서쪽 하늘이 탁 트인 장소가 아니라면 관측에는 어려움이 있을듯합니다. 22일 이후에는 수성이 금성과 바통터치를 하며 조금씩 높아져서 5월 말경부터는 수성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달간 서쪽 하늘을 장식했던 금성과는 당분간 이별을 고해야 하겠네요. 6월 느지막부터는 새벽에 수줍게 재등장하는 금성을 보실 수 있습니니다. 저녁 하늘의 금성은 내년 늦가을에 다시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외행성 소식도 알아볼까요? 자정이 넘은 시각부터는 목성과 토성이 연달아 뜨기 시작합니다. 뒤이어 화성이 떠오르고, 해가 뜨기 전 새벽에 해왕성이 떠오릅니다. 외행성들은 아직 새벽 시간에나 볼 수 있고 여름쯤 되어야 밤에 관측을 할 수 있겠네요. 여름까지 기다리기 힘드신 분들은 새벽 3시경 동~남쪽 하늘을 보시면 황도면을 따라 줄지어 있는 외행성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해왕성은 망원경으로만 관측이 가능하겠죠?
5월의 밤하늘은 지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관심 없다는 듯 조용합니다. 떠들썩하게 올 뻔했던 혜성도 산산조각 나고, 서쪽 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금성도 서서히 보기 힘들어집니다. 특별한 천문 현상도 없어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시기가 되겠네요.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동쪽 하늘에서는 여름철 별자리들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아직까진 북두칠성과 목동자리의 아크투르스, 처녀자리의 스피카가 밤하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빛나고 있지만 조만간 여름철의 대삼각형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 같네요.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2020년을 화려하게 빛낼 거라 기대했던 아틀라스 혜성은 4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겉보기 등급으로 –등급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가능하다면 현재 금성보다 밝은 등급으로, 또 2020년 대혜성으로 이름을 남길 것이라고 생각하며 스페이스타임즈에서도 계속 주시하고 있었죠.
하지만 4월 2일 즈음부터 아틀라스 혜성이 여러 조각으로 부서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4조각으로 쪼개지며 예상과 벗어나게 밝기가 많이 줄었습니다. 혜성의 꼬리를 보려면 혜성 내에 많은 얼음을 가지고 있어야 태양빛에 의한 증발로 멋진 꼬리를 나타날 텐데, 아틀라스 혜성은 얼음도 거의 없어 꼬리를 길게 뻗어내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어 더더욱 안시 관측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혜성이 어느 정도의 밝기를 가지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In-the-sky.org를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현재 서울 기준으로 알려드리면 현재 기린자리에 있고, 등급은 약 8등급 정도 됩니다. 혜성이 점점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5월 13일까지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5월 29일에는 밝기가 4등급까지 밝아지지만 역시나 태양과 가깝게 있어 해가 진 뒤에는 관측이 불가능합니다.
한국에서 대혜성을 오랜만에 만나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던 것만큼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베텔기우스 폭발 징조에 이어 올해는 잔뜩 기대만 하다가 끝나네요. 조만간 아쉬움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또 우주의 신비를 듬뿍 느끼게 해줄 대혜성이 다시 나타나길 기대하며 이달의 밤하늘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