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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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4 15:55 | 최종 수정 2019.12.0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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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에서 받는 전화 문의 중 가장 많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낮에 천문대를 가면 뭘 하나요?" 인 것 같습니다. 천문대 하면 별을 보러가는 곳 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별이 안보이는 낮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보통 천문대 운영직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낮에도 별을 볼 수 있어요.!"
여기에서 말하는 별은 태양입니다. 우리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자 우리가 그표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별이죠. 별은 너무 멀리있기 때문에 아무리 가까이에 있는 별이라도 프록시마(약4.3광년)나 시리우스(약9광년)도 그 표면을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태양은 아주 평범한 별이기도 하죠. 그래서 태양을 관측하고 연구하는 것은 별에 대한 연구 중 아주 중요한 분야입니다.
천문대에 가시면 다양한 방법으로 태양을 관측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그보다 더 많은 다양한 방법으로 관측하고 있죠. 이번시간에는 다양한 태양의 관측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태양
지금 현재도 전세계 수많은 태양망원경이 태양을 관측하고 있습니다. 우선 천문학자들이 활용하고있는 태양망원경은 왜 태양을 관측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관측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주에 있는 모든 항성(수소핵융합 반응으로 열과 에너지를 생성하는 천체)들의 크기나 온도를 비교 해 보면 태양은 평균 이하의 별 볼일 없는 별입니다. 그러나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태양은 지구에 생명이 살아 갈 수 있는 원천이고 따라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천체죠.
만약에 태양이 갑자기 꺼진다거나, 아니면 갑자기 엄청난 폭발을 한다면 지구에는 그 어떤 생명체도 살아 남을 수 없을 것이고 또 지구 자체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태양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언제 태양이 꺼질건지, 그리고 지구에 피해를 줄 수도 있는 태양 폭발은 언제 일어날 것인지를 알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태양 관측 자료를 분석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태양의 광구, 채층 그리고 코로나를 관측하고 있습니다. 즉 태양의 내부가 아닌 태양의 대기를 관측하고 있는것입니다. 태양의 표면이라 할 수 있는 광구에서는 흑점, 쌀알무늬 등의 활동현상을 관측할 수 있고, 광구 위쪽의 채층에서는 홍염, 필라멘트, 플레어 등의 활동현상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밀도가 매우 희박해서 그리고 지구의 대기가 관측을 방해해서 지상의 태양망원경으로는 관측이 쉽진 않지만 온도가 수백만도에 이르는 코로나 역시 중요한 관측 대상입니다.
비싸고 특별한 필터가 아닌 태양 빛을 줄여 주는 역할만 무언가 해준다면 우리는 태양의 광구를 볼 수 있습니다. 천문대에서 낮에 보여주는 태양의 가장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보통 일반 시민 천문대에서는 광량을 줄여주는 필터를 사용하거나, 투영판을 통해서 태양을 보여줄 때가 있는데 그때 보는 것이 바로 이 광구입니다.
태양 표면인 광구의 온도는 약 6000K 이며 위의 사진과 같이 대류현상에 의해 나타나는 쌀알무늬를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은 1m 망원경을 통해 태양을 봤을때 나타나는 쌀알의 모습입니다. 일반 시민 천문대에서는 저렇게 뚜렷하게는 볼 수 없지만 배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망원경으로는 자글자글한 쌀알무늬를 볼 수 있습니다.
태양 표면에서는 온도가 높은 태양 내부에서 가열된 가스가 위로 올라 오게 되고, 광구까지 올라온 가스는 식어서 다시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또 광구 영역에서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서 까만색으로 보이는 영역이 있는데 이를 흑점이라고 합니다. 강한 자기 활동때문에 대류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서 온도가 4000K 정도까지 낮아져서 주변보다 어둡게 보이는 것입니다. 천문대에서 태양관측을 하면 화면에 동그랗게 보이는 태양에서 검은 점들이 먼지 묻은 것 처럼 보이게 되는데 이게 흑점입니다.
흑점은 11년을 주기로 발생 위치와 갯수가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태양 활동 주기란 1843년 독일의 사무엘 하인리히 슈바베가 처음 발견하였고, 11년을 주기로 흑점을 비롯하여 태양의 여러 활동이 변화 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는 24주기로 2009년 ~ 2020년까지이다.
채층
태양 대기 중 광구의 위쪽 그리고 코로나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래에서 위쪽까지의 두께는 약 3,000 ~ 10,000 km 정도입니다. 광구에 비해 밀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관측을 하면 광구만 보이고, 채층은 보이질 않습니다. 달에 의해 광구가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때만 코로나와 채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파장만 통과 시키는 필터를 이용하면 광구의 빛을 다 차단 할 수 있기 때문에 개기일식이 아니어도 채층을 관측할 수가 있는데, 그 필터가 H⍺ (중심파장 6563Å) 필터 입니다.
요즘엔 왠만한 천문시설에서 다 갖고있어서 태양관측을 해보신 분이라면 한번쯤은 보셨을 것 입니다. 홍염필터라고도 하고, H⍺(에이치알파필터)라고도 합니다. 투영판이나 태양의 광량을 줄여서 광구나 흑점을 관측하는 필터와는 다르게 이 필터를 통해 태양을 관측하면 새빨간 태양을 볼 수 있습니다.
채층에서 발생하는 태양 활동 현상으로는 홍염(prominence)과 필라멘트(filament) 그리고 플레어가 있습니다. 사실 홍염과 필라멘트는 같은 현상인데, 태양의 가장자리에서 발생하면 홍염이고, 태양의 전면부에서 발생하면 필라멘트가 되는 것입니다. 홍염과 필라멘트의 수명은 짧은 경우는 1~2시간이지만 긴 경우는 수일간 지속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플레어는 채층에서 발생하는 격렬한 폭발 현상입니다. 주로 큰 흑점 주변에서 발생하며 전자, 양성자 그리고 이온 등을 매우 빠른 속도로 분출시키며 이때 방출되는 플라즈마의 온도는 수백만K 에 이르기도 합니다. 태양 플레어는 1859년 영국의 천문학자 리처드 캐링턴이 처음 관측하였습니다. 플레어는 지구 근처에 있는 GOES 위성에서 측정한 X선의 최대 플럭스에 따라 A, B, C, M, X 등급으로 분류하며 상대적으로 강한 M 과 X 등급의 플레어는 코로나 질량 방출과 함게 지구 주변의 우주기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현재까지 관측된 플레어 중 가장 강력했던 플레어는 2003년 11월 4일에 발생한 X28 등급이었으며 GOES 위성이 측정할 수 있는 최대 수치였습니다.
코로나
채층 위쪽에는 평균온도가 100 ~ 300만 K 나 되는 코로나가 있습니다. 코로나는 우주공간으로 수백만km 까지 뻗어나가지만 태양 광구에 비해 밀도가 10-12%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개기일식 또는 광구를 인위적으로 가리고 관측하는 코로나그래프를 이용해야만 관측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관측을 하기 힘들지만 꾸준히 코로나를 관측하려고 노력하는 첫번째 이유는 바로 코로나의 온도때문입니다. 태양 표면이라 할 수 있는 광구의 온도는 6000K 정도 인데, 채층을 거치면서 조금씩 올라간 온도는 채층 상부의 전이영역에서 수백만도까지 가열이 되어 코로나의 온도는 100 ~ 300만K 까지 상승하게 됩니다.
에너지를 생성하는 중심핵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코로나의 온도가 이렇게까지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학설이 존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지난달 한국천문연구원과 NASA 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그래프가 대형 과학용 풍선 기구에 실려 40km 상공의 성층권에서 세계최초로 외부 코로나 지역의 온도 및 속도를 동시에 관측하는데 성공했고, 더욱 개선된 코로나 그래프를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하여 코로나 온도의 비밀을 푸는 실마리를 찾는데 노력 할 예정입니다.
또한 2018년 5월에 발사된 파커 탐사선(Parker Solar Probe) 가 본격적인 관측을 수행하고 그 관측결과가 분석이 되면 코로나의 온도에 관한 수수께끼가 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태양 천문학자들이 코로나를 관측 및 연구하는 두번째 이유는 코로나질량방출(CMEs : Coronal Mass Ejections) 때문입니다. 코로나질량방출은 질량을 가진 입자들이 우주공간으로 분출되는 현상으로, 에너지만 분출되는 플레어와는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대개의 플레어와 코로나질량방출은 동반하여 발생하지만, 플레어는 빛과 에너지의 방출이기 때문에 빛의 속도로 태양과 지구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인 약 8분 정도면 영향을 주게 됩니다. 하지만 코로나질량방출은 빠른 경우 초속 3,000 키로미터 정도이기 때문에 지구에 도달하려면 이틀 정도가 소요됩니다. 코로나질량방출로 방출된 입자들이 지구에 접근하면 지구의 자기권이 교란되어 전파 송신에 방해를 주고, 심한 경우 정전 및 전산 시스템 마비를 유발하고, 인공위성이 작동 불능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피해를 예방하고자 코로나를 관측하고 코로나질량방출 예보를 하고 있는 것 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 기상청, 국립전파연구원 등에서 우주기상예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낮에 천문대를 오면 할게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고, 태양은 늘 머리위에 있기 때문에 태양 관측이 심심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실제로 망원경으로 태양을 보면 흑점이 없으면 이게 시야의 밝은 화면인건지, 태양인건지도 헷갈리기도 합니다. (심지어 요새 극소기가 지난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흑점 활동이 상당히 저조해서 더더욱....;;;) 그래도 망원경이나 태양 필름(흔히 태양안경이라고 말하는...)를 통해서 태양을 보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임은 확실합니다. 가끔 낮에 학교앞이나 공원등지에 가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태양 공개관측을 진행하게 되는데 눈이 부셔서 못보았던 태양이 필터를 통해서 보는 것을 상당히 신기해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작은(태양의 시직경은 0.5도로 달과 같습니다.) 태양의 모습에 놀라기도 합니다.
날씨가 좀 쌀쌀해지긴 했습니다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하늘이 파랗고 깨끗해졌습니다. 곧 미세먼지의 계절이 오겠지만ㅠ.ㅠ 그 전에 태양을 한번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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