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올버스 (Heinrich Olbers ; 1758 ~ 1840)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
어떻게 보면 참 우스운 질문이고 어떻게 보면 철학적인 질문인 듯도 합니다. 사람들은 그냥 '태양이 없으니까 당연히 어둡지. '라는 대답을 하게 되죠. 이쯤 되고보면 '밤하늘이 왜 어두운가? '라는 질문은 어리석은 우문(愚問)인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더 심오한 과학적인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케플러, 우주는 유한하다!
우주가 끝이 없고, 별들이 무수히 많으며, 별들이 전 우주에 걸쳐서 균일하게 퍼져있다고 가정하죠. 그리고 별들의 밝기는 모두 평균값을 가진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태양을 제외하고 지구로부터 10광년 거리에 10개의 별이 있고 이들로부터 지구에 닿는 빛의 총량이 1이라고 한다면, 100광년 거리에는 몇개의 별이 있으며 이들로부터 지구에 닿는 빛의 총량은 얼마나 될까요? 별들이 우주공간에 균일하게 퍼져있으므로 100광년 거리에는 모두 1,000개의 별들이 있을 겁니다. 구의 표면적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니까요. 한 별에서 지구에 닿는 빛의 양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따라서 100광년 거리에 있는 1,000개의 별들로부터 지구에 닿는 빛의 총량은 10광년 거리에서 오는 빛의 총량과 같은 1이 됩니다.
10광년 거리에서 오는 빛의 총량이 1, 100광년 거리에서 오는 빛의 총량 역시 1, 둘을 합치면 2가 됩니다. 1,000광년 거리에서 오는 빛 역시 마찬가지로 1이고 1만광년 거리에서 오는 빛의 총량도 역시 1이죠.
앞서 우주는 무한하다는 가정을 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식이라면 1이 무한히 더해지게 되고 결국 지구에 도달하는 빛의 총량은 무한대가 됩니다. 태양은 1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양의 빛을 내뿜지만 무한대는 아닙니다. 결국 이런 식이라면 태양빛도 우주 전체에서 오는 빛에 묻히고 만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생각한 대표적인 과학자가 바로 케플러입니다. 케플러는 결국 우주는 유한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 전에는 우주가 무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여기까지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어떤 분들은 맨처음 세운 가정이 실제 우주와는 다르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별들이 전 우주에 걸쳐 균일하게 퍼져있지는 않죠. 하지만 이 시대에는 아직 은하나 초은하단 같은 개념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은 17세기 초라는 것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현재의 개념을 적용한다 해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아주 틀린 가정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죠.
뉴턴, 우주는 무한하다!
케플러 이후 우주가 유한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7세기 말 , 뉴턴이라는 한 천재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면서 우주론에 일대 혁명이 일어나게 됩니다. 케플러는 그의 스승인 티코 브라헤의 자료를 넘겨 받아 브라헤가 죽을 때까지 굳게 믿고 주장했던 천동설에 종지부를 찍는 케플러의 3 법칙을 완성했고, 뉴턴은 케플러의 업적을 참고하여 그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완성했죠. 결과적으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케플러의 우주론에 모순이 생기게 만들었으니 흥미로운 일입니다. 물론 모든 과학이 이런 식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겠지만 말이죠.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주장하는 바는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인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주가 유한하다면 우주는 만유인력 법칙에 의해 끝내 수축을 하게 됩니다. 우주 전체가 한 곳을 중심으로 회전운동이라도 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사실을 말해주는 관측결과는 없었습니다. 결국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해 우주는 무한한 것으로 결론이 나버립니다. 뉴턴이 생각한 정적인 우주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주는 무한할 수 밖에 없었죠. 문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우주가 무한하다면 결국 밤하늘이 어두울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올버스, 패러독스를 말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문제를 1823년, 독일의 천문학자 올버스가 풀겠다고 나섰습니다. 올버스는 소행성 2번 팔라스와 4번 베스타의 발견자이기도 합니다. 올버스는 먼 우주를 여행하는 빛이 우주 공간을 지나면서 우주공간을 채운 물질들에 조금씩 흡수된다는 가정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지구에 닿는 빛은 약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빛에너지를 흡수한 물질은 에너지가 높아지고 계속 빛을 흡수하다보면 그 자신이 나중에 온도가 높아지며 빛을 발하게 됩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는 셈입니다. 이것은 당대의 유명한 천문학자인 허셜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지적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올버스의 패러독스 '라고 부릅니다. 정확히 말하면 '올버스의 패러독스 '는 이 올버스의 주장에 국한된 패러독스입니다만 워낙에 유명한 얘기라 밤하늘이 까만 이유에 대한 문제라고 하면 모두들 이 올버스의 얘기를 하게 되었지요.
허블의 우주팽창설과 도플러효과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이 문제가 해결되었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미국 천문학자 허블이었습니다. 바로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지구로부터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즉,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죠.
우주가 팽창하고 있고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지구로부터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면,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질은 있을 수 없고 결국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우주의 범위가 제한되게 됩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우주의 범위가 한정이 되고 보니 무한히 많은 별빛이 우리에게 닿는 일은 없습니다.
또 한가지, 우주가 팽창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 있는데 바로 도플러효과에 의한 빛의 적색편이 현상입니다. 도플러효과는 다가오는 기차의 소리는 크고 높게 들리고, 멀어지는 작고 낮게 들리는 현상과 관계된 것으로, 다가오는 기차에서 나오는 소리는 파장이 짧아져서 실제보다 높은 음이 들리고 멀어지는 기차에서 나오는 소리는 파장이 길어지면서 실제보다 낮은 음이 들립니다. 소리만이 아니라 빛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매우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천체가 내뿜는 빛은 파장이 길어지면서 실제보다 적색의 빛을 띠게 됩니다. 이 현상을 바로 적색편이라고 부릅니다. 이 적색편이 현상이 심하면 천체로부터 나오는 빛은 우리가 관측할 때 적외선, 전파 등 파장이 긴 쪽으로 바뀌게 됩니다. 따라서 아주 먼 우주로부터 온 빛은 지구까지 온다해도 가시광선이 아닌 다른 형태의 빛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밤하늘을 밝게 할 수 없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밤하늘이 어두운 것은 전 우주로부터 지구에 닿는 별빛이 무한한 것이 아니라 유한하기 때문이고, 그것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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