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관측대상] 한겨울의 챠밍포인트! 산개성단
최순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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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8 10:11 | 최종 수정 2020.01.2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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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은 지난번 글에 예고했던 산개성단에 대하여 말해보려 합니다.
산개성단은 구상성단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겉보기부터 큰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구상성단은 수많은 별이 빽빽하게 모여서 둥근 형태를 만들고 있다면, 산개성단은 별들의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름의 뜻을 직역해 보면 산개(흩어질 산散, 열릴 개開) 별들이 흩어지고 열려있다, 즉 별과 별 사이의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상성단이 한곳에 빽빽이 모여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면 산개성단은 망원경 시야 가득 별들이 흩뿌려져 있는 느낌으로 관측됩니다. 검정색 도화지 위에 소금을 뿌려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산개성단은 생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별들, 구상성단은 우주 생성의 초창기에 만들어진 나이가 많은 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산개성단이 시간이 지나서 구상성단으로 변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성단의 생성 원인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별개의 대상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현재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산개성단은 단순한 분자운 내부의 이온화된 가스들이 중력 균형이 깨지면서 뭉치게 되어 별이 되는 반면 구상성단이 생성되기 위한 조건은 지난 글에 언급했던 것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별이 생성되어야 합니다. 현재는 산개성단과 구상성단 각각의 다른 성단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갖는 산개성단의 계절은 바로 겨울입니다. 산개성단은 우리 은하의 중심부 혹은 은하의 아주 바깥쪽 헤일로 부분에 골고루 퍼져 있는 구상성단과 달리, 은하의 나선팔 부분에 있기 때문에 은하수가 보이는 여름철과 겨울철에 주로 볼 수 있습니다. 겨울철 은하수는 조금 생소할 수 있겠지만, 겨울철 밤하늘에서도 흐릿한 은하수를 볼 수 있습니다. 겨울철 은하수에 대한 설명은 지난 글들 중에 은하수에 관해 설명한 내용이 있습니다.
겨울철 은하수를 따라가면 볼 수 있는 산개성단 중에서 밝고 잘 보이는 몇 가지의 대상을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플레이아데스성단 M45
겨울철의 산개성단 중 가장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대상은 바로 플레이아데스성단(M45)입니다. 황소자리에 위치한 이 플레이아데스성단은 워낙 밝고 가까운 관측대상이기 때문에 관측 장비가 없이도 맨 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7개 정도의 별이 뭉쳐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변시를 이용하여 볼 경우 밝은 덩어리가 뭉쳐있는 느낌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쌍안경이나 배율이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봤을 경우 수십개에서 수백개의 별들을 볼 수 있으나, 시직경이 1도 이상인 넓은 관측대상이기 때문에 배율이 높은 천체망원경의 경우는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없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플레이아데스성단은 맨 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에 관측도구가 없던 과거에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붙어있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플레이아데스성단에 관한 이야기는 무려 B.C 1600년 전 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B.C 1600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판인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Nebra Sky Disk)는 그 위에 금으로 태양이나 달, 별자리 등이 표현되었고 플레이아데스성단으로 추측되는 별들의 모임이 표현되어있습니다. 또한 성경에서 플레이아데스를 언급한 대목이 나오기도 합니다.
서양에서 뿐만 아니라 동양에서도 플레이아데스성단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성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28수 중의 하나인 묘수(昴宿)로 나타나 있습니다. 또한 한국세시풍속사전에 좀생이라고 하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재미있는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좀생이보기, 좀생이날, 좀생이점, 좀생이 보는 날 등의 여러 가지 관련 검색어가 검색됩니다.
{좀생이의 의미} 좀생이는 좀성 또는 조무생이라고도 부른다. 좀생이의 좀은 작다는 뜻이고 생이는 별 성(星)자에 주격 조사 이가 붙은 것이다. 따라서 작은 별들이라는 의미를 지닌 용어다. 조무래기와 같이 조무생이라는 것도 작은 별임을 말해준다. 이 좀생이는 28별자리 중 묘성(昴星)으로 작은 별들이 모여 성군을 이룬다. 서양에서는 폴레아데스라고 부르는 작고 오밀조밀하게 많이 모인 별무리인데, 오리온자리의 서쪽 황소자리에 있다. 육안으로는 7개 정도 보이고, 망원경으로는 100개 이상을 볼 수 있고, 천체 사진기로는 2,000개 정도를 촬영할 수 있다.
{좀생이날의 중심행사} 좀생이날의 중심 행사는 좀생이보기와 다리밟기이다. 좀생이보기는 농점의 하나로 달의 옆을 따라가는 좀생이의 모양과 달의 거리를 보아 그 해 풍흉을 점치는 풍속이다. 좀생이점은 삼태성과 신태성을 포함하여 삼각 지점으로 보고 점을 치는데 좀생이는 7개, 삼태성과 신태성은 각각 3개이다. 속담에 “송진이(좀생이) 보고 머슴 다린다.”, “조무싱이 보고 그 해 일할 짚신을 삼는다.”라고 하듯이 농사와 관련하여 별을 보는 날이다.
예로부터 농사와 관련해서 밤하늘을 보며 점을 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 플레이아데스성단 같은 경우는 딥스카이 중에서도 아주 밝고 맨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헌이나 흔적들이 현재까지도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중성단(NGC869, NGC884)
겨울철에 볼만한 산개성단이라고 하면 이중성단(NGC869,NGC884)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두 개의 산개성단이 인접해 있어서 이중성단이라고 불리는 이 성단은 페르세우스자리와 카시오페이아자리 사이에 위치해있습니다. 밝은 산개성단 중 하나이지만 지구와의 거리를 비교하면 플레이아데스는 약 400광년, 이중성단은 그보다 훨씬 먼 약 7000광년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거리차이 때문에 플레이아데스성단의 겉보기등급은 1.3등급, 이중성단은 3.7등급정도입니다. 따라서 이중성단의 경우 광해가 적고 날씨가 좋을 경우에만 맨 눈으로도 그 위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보름달이 뜨거나 주변에 불빛이 있는 경우라면 망원경 없이는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이중성단을 관측할 때는 망원경의 배율이나 분해능에 따라 아주 다른 느낌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맨 눈으로는 하나의 덩어리, 쌍안경을 이용할 경우 두 개의 덩어리가 분해되는 모습, 천체망원경을 이용할 경우 수십 개에서 수백 개 이상의 별들이 두 덩어리로 나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두 대상을 천체망원경의 한 시야 내에서 동시에 관측하고자 한다면 배율을 100배 아래로 조절하시거나 시야각이 넓은 접안렌즈를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프레세페성단(M44)과 히아데스성단(Melotte 25)
프레세페성단은 게자리의 가운데 부분에 있는 산개성단입니다. 황소자리에 위치한 히아데스성단과 함께 생성되었으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분리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프레세페성단과 히아데스성단 모두 맨 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밝은 대상들이지만 프레세페성단은 겉보기등급이 3.7등급, 히아데스성단의 겉보기등급은 0.5등급으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히아데스성단에서 같은 시선방향에 보이는 1등성인 알데바란은 실제로는 히아데스성단에 포함되어있지 않습니다. 알데바란을 제외한다면 실제 히아데스성단은 더 어둡게 보일 것입니다. 지구와의 거리가 프레세페성단은 약 600광년, 히아데스성단은 약 150광년이기 때문에 이러한 겉보기등급 차이를 보입니다. 겉보기등급뿐만 아니라 시직경도 차이를 보입니다. 프레세페성단은 이중성단처럼 맨눈으로 볼 경우 뿌연 작은 덩어리로 보이는 반면 히아데스성단은 맨 눈으로 별들이 여러 개로 분해됩니다. 특히 히아데스성단의 경우는 다섯 개의 밝은 별이 V 모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히아데스성단은 육안으로도 별이 구분될 정도로 시직경이 큰 관측대상이기 때문에 천체망원경 보다는 맨 눈 또는 쌍안경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위에 언급한 산개성단들을 제외하고도 겨울철은 볼만한 산개성단이 많습니다. 겨울철 은하수가 지나가는 카시오페이아자리와 마차부자리, 쌍둥이자리 부근을 쌍안경이나 천체망원경으로 잘 찾아보면 여러 개의 산개성단을 볼 수 있습니다.
맑은 날이 많고 해가 짧아서 오랜시간 별을 볼 수 있는 겨울. 겨울철 밤하늘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천체망원경이 없어서 고민할 필요 없이 작은 쌍안경 하나만 달랑 들고 나가도 쉽게 산개성단을 찾을 수 있습니다. 쌍안경도 없고 천체망원경도 없어도 괜찮습니다. 고개만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많은 별들과 멋지고 밝은 산개성단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단 겨울철 밤은 혹독합니다. 한 번 이라도 겨울철 산꼭대기에서 관측을 경험해보신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처음이라면 명심하세요. 추위와 싸울 준비는 꼭, 무조건, 충분히, 완벽히 마치고 밖으로 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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