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가 속한 6월은 1년중 가장 밤이 짧은 시기입니다. 반면 남반구는 밤이 가장 긴 때가 되니, 갈수만 있다면 관측여행을 떠나기엔 최적의 시기가 되겠죠. 몇 년 전만 해도 6월 하순부터는 장마가 시작돼서 관측을 접고 망원경을 점검하는 시기였지만, 요즘엔 비가 예전같이 오지 않아서 올해는 또 어떨지 모르겠네요.
6월부터 8월까지는 최고의 은하수 관측 시즌입니다. 새벽까지만 기다리면 은하수를 충분히 관측할 수 있지만, 본 글은 부모님과 어린이가 함께 관측하는 것을 기준으로 쓴 관계로 점차 관측 여건이 좋아지는 목성과 토성 관측을 준비해보면서 6월의 밤하늘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5월의 밤하늘 기사에서 다뤘듯이 보름달이 뜨는 시기는 어두운 대상을 관측하려면 피해야 합니다. 이달은 17일 저녁에 보름달이 뜨고, 전날인 16일 밤에서 이어지는 17일 새벽에는 목성과 달이 매우 가깝게 접근합니다만 지난달만큼 가깝지는 않습니다.
망원경이 없는 분이라면 그믐에서 초승달이 뜨는 6월 둘째 주까지 그리고 달이 11시 이후에 뜨는 22일 이후부터 7월 둘째 주 까지가 성운성단 등의 관측을 위해 시민천문대 방문에 가장 적합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 특히 6월부터는 하절기 특별기간이 시작되므로 밤 11시까지 운영하는 천문대들도 많이 있습니다. 미리 전화해보고 방문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위 그림은 6월 15일 경 지구의 안쪽 궤도를 도는 수성과 금성의 위치를 나타낸 것입니다. 금성은 점차 태양의 뒤편으로 가고 있어서 점점 관측 여건이 나빠지지만 반면 수성은 당분간 관측하기 좋습니다. 이번 달 말이되면 해질녘 서쪽하늘에서 관측이 가능합니다. 특히 24일은 수성의 “동방최대이각”이라는 시기로 장소만 잘 선정하면 누구나 수성을 관측해볼 수 있습니다. 6월 22일 등록 예정인 수성관측법에 관한 기사를 읽어보시고 수성관측에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여담으로, 케플러가 수성을 못 봤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그가 남긴 천문학적 성취의 밑바탕을 제공한 티코 브라헤가 남긴 자료만 해도 맨눈으로 관측했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정교합니다. 이를 통해 행성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설명한 케플러가 수성을 못봤다는게… 게다가 케플러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망원경까지 개발할 정도로 열정적인 관측가였습니다.
해외자료에서도 케플러가 수성을 관측하지 못했다는 말은 찾을 수 없었는데요. 예상해보면, 케플러는 계산을 통해 수성이 태양 앞을 지나가는 현상(수성태양면통과)을 예측한바 있으나 그 현상 1년전에 사망합니다. 아마 그 수성 태양면통과를 보지 못한 것이 수성을 못봤다는 말로 와전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수성태양면통과를 관측하기 위해 당시에는 태양투영이라는 방식을 이용해서 언제 태양의 앞을 수성이 지나가는지 뚫어져라 쳐다봐야만 했습니다(금성의 경우엔 맨눈으로 보입니다만). 따라서 언제 그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아는 것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수성관측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수성이 가장 잘보이는 시기가 되면 1등성들보다 밝으므로 케플러가 그것을 못봤다는 것이… 저는 잘 이해가 안되네요.
이번에는 지구밖을 도는 외행성의 궤도입니다. 태양을 기준으로 지구 뒤편으로 목성과 토성이 늘어서고 있습니다. 점점 목성과 토성관측을 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이번달 11일은 목성, 지구, 태양이 일렬로 늘어서는 “충”이 일어납니다. 당연히 1년 중 목성과 지구가 가장 가까워지는 시기이므로 이 즈음에는 꼭 목성을 봐줘야 합니다. 자세한 기사는 6월 8일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현상은 16일, 달의 뒤편으로 소행성 세레스가 숨는 현상입니다. 이 현상은 반드시 망원경이 있어야 관측 가능합니다. 이 현상은 6월 15일에 자세한 기사로 찾아 뵙겠습니다.
19일에는 달과 토성이 가깝게 붙어서 떠오릅니다. 같은 시각 남미에서는 달 뒤로 토성이 들어가는 토성식이 나타납니다. 제가 대학생때 토성식을 관측해봤는데, 달의 어두운 면에서 토성 고리가 빼꼼히 나오는 장면은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세레스식에 비하면 토성식은 차원이 다릅니다.) 그것을 보러 남미를 가기는 그렇고 머리 속 플라네타리움으로 재현해야겠습니다.
6월의 밤하늘 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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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이달의 밤하늘 성도는 해당월 15일 저녁 9시를 기준으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이번달의 경우에는 하지가 있어서 15일 저녁 9시에도 하늘이 깜깜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6월, 7월, 8월 3개월 동안은 기준시간을 10시로 하겠습니다. 따라서 위의 원형성도는 초순 9시, 중순 10시, 하순 11시의 하늘이 되겠습니다.
오늘은 하늘을 구분하는 선과 지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태양은 동에서 뜨고 서로 집니다.(몇몇 인공위성을 제외한 모든 천체들은 동에서 뜨고 서로 지지요.) 그럼 태양이 떠올라서 가장 정점에 다다를 때는 언제일까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제공하는 “월별 해/달 출몰시각”에 따르면 6월 15일 서울에서는 12시 32분에 남중한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이 “남중”이라는 단어는 천체의 고도가 가장 높아지는 시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천체가 자오선과 만나는 때가 되겠습니다.
하늘의 가장 높은 곳, 위 성도에서 중앙부분(성도에서 X표시가 있는 곳)은 “천정(Zenith)”이라고 부릅니다. 거기에 천구의 북극과 남극을 모두 포함하여 가로지르는 가상의 선(성도에서 주황색 선)이 바로 “자오선(Meridian)” 입니다.
천체는 천구를 하루에 한 바퀴 씩 돌기 때문에 무조건 한번은 자오선과 만나게 됩니다. 이 자오선을 만날 때 천체의 고도가 가장 높아지며 그때, 지구대기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기 때문에 관측하기에도 가장 좋은 시점입니다. 보통 천체사진가들은 천체가 남중하는 그 시점에 촬영을 하지요.
이달의 성도를 보시면 자오선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목동자리, 처녀자리, 북두칠성 등이 보이고, 동쪽에는 여름철의 대삼각형을 이루는 거문고, 독수리, 백조자리와 그 아래 전갈과 궁수자리가 떠있습니다. 밤하늘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은하수지요? 여름철 밤하늘이 아름다운 건 그 은하수와 위에 열거한 별자리들 덕분입니다.
하지만! 이달의 밤하늘에서 이야기해야 할 것들은 자오선 근처에 있는 대상들입니다. (은하수는 7월에 특집으로 다룰 계획입니다.)
자오선을 중심으로 봄철과 여름철의 밤하늘이 갈립니다.
이제 여름이 왔습니다. 봄철이 은하의 계절이라면, 여름철은 성운과 성단의 계절입니다.
이달의 관측대상을 소개합니다.
첫번째는 북반구의 슈퍼스타 구상성단인 M13입니다. 이 구상성단 M13은 밤하늘의 컨디션이 좋은 곳에서 맨눈으로도 관측이 가능합니다(물론 눈으로 확인이 된다는 정도). 구상성단은 은하 생성 초기에 만들어진 나이든 별들로 추정되며 수백 개 이상의 별들이 공처럼 뭉쳐져 있습니다. 지구에서 볼 때는 별들이 서로 붙어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우주는 생각보다 거대한지라 실제로는 평균 1광년 정도의 거리로 떨어져 있고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태양계 정도의 크기마다 하나의 별이 있을 정도로 밀도가 높아집니다.
위 사진은 2017년 5월 12일자 NASA 오늘의 천체사진으로, 미국 레몬산에 있는 800mm 망원경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뭐, 눈으로 물론 저렇게는 안보입니다만, 그래도 200mm 정도 되는 망원경만 있어도 사진속의 노란 별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 처럼 보입니다.
위 그림은(백색 종이에 그린 후 반전) 이스라엘의 아마추어 천문가가 200mm 반사망원경을 이용하여 그린 스케치입니다. M13은 워낙 잘 보이는지라 비슷한 느낌으로 관측이 가능합니다. 망원경을 처음 구매한 분이라면, 구석에 그냥 처박아 둔 분이시라면, 오늘밤 M13을 관측해봅시다.
두번째는 약간 어려운 대상인 NGC6543이라는 대상으로 고양이눈 성운이라고 불리는 대상입니다.
M13에 비하면 많이 어둡지만 허블망원경 덕분에 유명해진 성운입니다. 위 이미지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쌩쌩하던 1995년에 촬영한 광학이미지와 찬드라 우주망원경의 엑스선 이미지를 합성한 것입니다. 이 성운은 행성상 성운이라고 불리는 종류로, 태양정도 크기의 별이 죽으면서 적색거성이 되면서 갖고 있던 내부의 물질을 흩어 놓으며 발생하며, 탄소와 산소로 구성된 핵은 백색왜성이되어 성운의 중간에 남게 됩니다. 행성상성운은 점차 퍼져나가기 때문에 수만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수십억을 사는 별의 일생을 생각하면, 인간의 삶에 비유하면 임종 직후의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관측을 해보면 마치 행성처럼 면적이 있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로 인해 1780년대 최고의 관측가였던 허셜은 “행성상성운(Planetary Nebula)”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사실 행성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이 이름은 굳어져버렸습니다.
다른 대상들에 비해 크기가 다소 작은 편입니다만 역설적으로 그로 인해 관측이 가능합니다. 지난주 은하관측때 말씀드렸는데, 대상이 커지면 빛이 퍼지는 효과로 인해 관측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같은 밝기에서는 크기가 작을수록 더 관측하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행성상성운은 매우 작습니다. 이 NGC6543 역시 작은 편인데, 위 사진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폭발이후 퍼져 나간 가스덩어리(Halos)의 지름은 약 3광년이나 될 정도로 거대합니다. 다만 눈으로 관측은 절대 불가능하며 매우 좁은 영역만을 관측할 수 있는 필터로 다른 빛을 막아가면서, 총 1시간 이상의 노출을 통해 촬영한 영상입니다.
NGC6543은 매우 독특한 천체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미스터리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아마 태양이 죽으면 이 성운과 비슷한 길을 따를 것이니 태양의 미래를 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검색을 해보시기 바라며 이제 눈으로 바라봤을 때의 모습을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살펴본 M13이 5.8등급인데 반해 이 성운은 9.8등급이라 비교적 어두운 편임에도 위 스케치에서 보이듯 망원경을 이용하면 꽤 밝게 보입니다. 이 스케치에 사용된 망원경은 초보자가 바로 사용하기는 좀 부담스러운 약 320mm 정도되는 반사망원경으로 중형급 사이즈입니다.
용자리는 작은곰자리에서 시작해서 헤라클레스자리 방향으로 넘어가면서 관측하면 됩니다. 별을 하나씩 타고 넘어가는 방법을 스타호핑(Star Hopping)이라고 하는데 그 방법은 차후에 설명 드리겠습니다.
장면1. 6월 5일 저녁 9시 15분
저녁, 서편에 실 같은 달이 떠있습니다. 그 위로 화성이 보이고, 조금 더 위로는 쌍둥이자리의 알파, 베타별인 카스토르와 폴룩스가 보입니다. 서울이라면 올림픽공원 몽촌토성, 노을공원 같은 데서 보시면 잘 보일 겁니다. 여름에 보이는 겨울철 별자리의 끝자락, 그리고 화성과 달, 뭔가 낭만적입니다!
장면2. 6월 9일 새벽 12시 40분
제가 뽑아본 이번 달 최고의 풍경입니다.
은하수가 어느 정도 올라올 무렵 충을 앞둔 목성이 자오선에 남중한 시간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산책을 하다가 보셨는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몇 시쯤 밤에 보이는 그게 뭐냐고 물어보시곤 합니다. 작년엔 화성이 밤마다 떠있더니 올해는 목성이네요. 저런 대상들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나곤 합니다.
이 시간에는 달도 없기 때문에 은하수를 만끽하면서 목성이 떠있는 밤하늘의 풍경을 즐겨 보시길 바랍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서울의 밤하늘은 근래에 본 적이 없던 깨끗한 하늘입니다. 도시의 밤하늘은 보통 늘 붉습니다. 구름이 끼면 더 심하죠. 하지만 오늘 같이 습도가 낮고 청명하면 도시에서도 까만 밤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그날이 오늘인 듯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7월 스페이스타임즈와 네이버 포스트에 게재 예정인 기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6/1 - 6월 밤하늘 개론 및 별자리 원형성도
6/8 - 목성 충에 관하여, 외행성의 관측
6/15 – 왜소행성 세레스 식, 소행성 이야기
6/22 - 수성 동방최대이각(24일), 내행성의 관측
6/29 - 7월 밤하늘 개론 및 별자리 원형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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