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스의 숨바꼭질

최나현/최순학 기자 승인 2019.06.13 10:23 | 최종 수정 2019.07.29 14:51 의견 0

태양계 구성원은 참 다양합니다. 

태양과 같은 별이 있고,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와 같은 8개의 행성이 있죠.
그리고 달처럼 행성들의 주변을 돌고 있는 위성까지는 우리 모두 익숙하게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소행성과 왜소행성(왜행성)에 대해서도 많이 들어보셨나요? 

1700년대 후반 태양계 행성 위치에 대한 일종의 경험법칙인 티티우스-보데 법칙이 만들어졌는데, 이 법칙을 적용하면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자리 하나가 비게 됩니다. 비어있는 자리에 또 다른 행성을 찾기 위해 24명의 천문학자들이 행성이 지나가는 길인 황도면을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각각 맡은 영역을 빠짐없이 관측하였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천체는 다른 학자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여러 천문학자들이 구역을 나누는 등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동안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팔레르모 천문대 소속 천문학자 주세페 피아치가 우연히 새로운 천체를 발견한 것이죠. 사실은 피아치도 저 그룹의 일원이 될 예정이었지만, 피아치에게 초청장이 미처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발견해 버렸다고 합니다.

피아치는 항성을 배경으로 움직이는 천체를 발견하였는데, 처음엔 별인줄 알았지만, 곧 이 천체가 이동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혜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총 24회에 걸쳐 관측한 결과 혜성이 아닌 다른 천체라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이는 피아치가 1월 24일 두 명의 동료 바르나바 오리아니와 보데에게 쓴 편지에 나타나 있죠.

‘이 천체의 움직임이 느리면서도 일정하기 때문에 혜성이 아닌 다른 종류의 천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아치는 이 천체를 ‘케레스 페르디난데아(Ceres Ferdinandea)’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시칠리아의 수호여신이자 로마 신화에서 농사와 곡식을 주관하는 여신인 케레스(그리스 신화에서는 데메테르)와 당시 시칠리아 왕국의 왕 페르디난도 1세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그러나 페르디난데아는 정치적인 이유로 쓰이지 않게 되었고, 현재까지 세레스라는 이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케레스(데메테르)

천왕성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윌리엄 허셜도 1802년 이 천체를 관측했습니다.

지구에서 봤을 때 행성처럼 움직이는 천체이지만 다른 행성들처럼 표면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작고, 별처럼 점으로 보이는 천체라는 의미로 윌리엄 허셜은 ‘별 같이 보이는 천체’ Asteroid라고 불렀습니다.
목성 궤도 및 그 안쪽에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행성보다 작은 천체를 소행성이라고 합니다.

윌리엄허셜

소행성들은 별처럼 각각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 발견되는 소행성은 발견된 연도와 월, 그리고 발견된 순서를 나타내는 임시 이름을 부여받게 되죠.

이후 궤도가 확정된 소행성에게는 고유한 번호가 붙으며, 발견자가 원하는 경우 새로운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초기에 발견된 소행성에게는 대부분 새로운 이름을 붙였으나, 발견되는 수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따로 이름을 만들지 않고 임시 이름을 유지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최초의 소행성, 식별번호 1번을 가져간 소행성은 무엇일까요?
바로 세레스(Ceres)입니다.

그 이후 세레스는 다시한번 지위가 바뀌는 일이 생기는데, 바로 2006년 명왕성의 행성지위를 놓고 국제천문연맹 IAU에서 총회를 개최할 때입니다. 당시 명왕성보다 큰 에리스가 발견되어서 명왕성의 행성 지위 유지에 관한 회의가 열렸습니다. 사실 이때까지 “행성”과 “소행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구분이 없었습니다. 이 총회에서는 행성과 왜소행성, 소행성에 대한 정의를 내렸습니다.

그렇게해서 세레스는 재분류되었고, 세레스(Ceres), 명왕성(Pluto), 에리스(Eris), 하우미아(Haumea), 마케마케(Makemake)는 왜소행성의 지위를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 총회에서 새롭게 개정된 행성의 정의는 아래와 같이 정해졌습니다.

1. 충분한 질량과 중력을 가져 구형을 유지할 것

2. 태양을 공전하며 다른 행성의 위성이 아닐 것

3. 공전 궤도안에서 지배적인 힘을 가질 것

왜소행성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태양을 공전하며 다른 행성의 위성이 아닐 것

2. 충분한 질량과 중력을 가져 구형을 유지할 것

3. 궤도 주변의 다른 천체들을 깨끗이 흡수할 수 있는 천체가 아니다.

이에 따라서 세레스는 소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재분류됩니다.

세레스는 타원형이며 반경은 달의 1/3 정도입니다.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와도 6.7등성 밖에 되지 않지만, 소행성대 안에 있는 전체 질량의 1/3을 차지하며 가장 크고 가장 밝은 것이 바로 세레스입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어둡지만, 망원경을 통해 관측할 수 있습니다.
피아치와 허셜이 얘기한 것처럼 표면이 보이지 않고 별처럼 작은 점처럼 보일 것입니다.

이러한 세레스가 2019년 6월 15일에서 16일로 넘어가는 시간에 달 뒤로 숨어버립니다.

태양이 달에 의해 가려지는 일식, 달이 지구그림자에 숨어버리는 월식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천체가 다른 천체에 의해 가려지는 현상을 ‘식’이라고 하는데 세레스가 숨어버리는 이 현상 역시 세레스 식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나사(NASA, 미항공우주국)에서는 세레스를 비롯한 소행성, 왜소행성에서 태양계생성의 기원과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엿보고 있습니다. 자정을 조금 넘은 시간부터 1시 40분 정도까지 이어지는 이 식 현상을 통해 과학자들은 천체의 크기 및 여러 과학적 사실들을 밝혀낼 것입니다.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 같은 다양한 천문 현상에 천문학자 우주과학자들은 많은 의미를 찾고 증명을 해냅니다.

여러분도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밤하늘과 우주를 관찰하다 보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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