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술과 문명이 발달하며 밤하늘과 멀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날씨만 맑으면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밤하늘이 지금은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만나기 힘들어 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색다른 밤하늘의 모습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다양한 천문대에 설치된 천체망원경이 그것입니다.
천문대에는 일반인들이 보유하기 어려운 대구경의 천체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시민천문대들은 대구경의 천체망원경을 공개하여 평소에 볼 수 없는 아름답고 신비한 밤하늘의 모습을 일반 시민분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시간은 우리나라 시민천문대가 보유한 천체망원경과 각 천체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대상들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실제 시민천문대 운영에 관한 사항은 각 시민천문대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교육과정이나 실제 장비의 운용 등에 의하여 관측대상, 참여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천문대들에 대한 기사나 포스트들은 많습니다만, 저희는 천문우주 전문지답게!! 각 천문대들의 주망원경들로 볼 수 있는 관측 대상에 대해 기자가 실제로 관측하고, 경험해 본 내용을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또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도록 국공립천문대들만 다루었습니다.
가장 큰 천체망원경을 보유한 시민천문대들
일반인들을 위한 시민천문대들이 보유한 천체망원경 중 현재까지 가장 큰 천체망원경은 주경지름 1m 크기의 반사망원경입니다. (연구시설인 “보현산천문대”의 1.8m 반사망원경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천체망원경이지만, 연구목적의 천체망원경으로 일반인들에게 관측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다만 4월, 5월, 6월, 9월, 10월의 네 번째 토요일에 주간관람행사를 진행하며 예약을 통해 1.8m 반사망원경을 관람(관측이 아닙니다! 관람입니다~)하실 수 있습니다.)
천체망원경의 성능은 주경의 크기로 결정됩니다. 주경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은 빛을 모을 수 있고, 더 어두운 대상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대기나 불빛의 영향 등 관측환경에도 큰 영향을 받긴 하지만, 같은 환경에서는 주경이 클수록 좋은 천체망원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m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기 좋은 대상은 딥스카이(DeepSky)라 불리는 성운, 성단, 은하와 같은 어두운 대상들입니다. 특히나 행성상성운이나 구상성단을 관측하기 좋습니다.
행성상성운(planetary nebula)은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였을 때, 마치 행성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행성상성운을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면 원형으로 뿌옇게 퍼진 작은 별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중심별이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안시관측을 통해서는 보기가 힘듭니다.
구상성단(globular cluster)은 구형(球形)으로 별들이 모여있는 성단입니다. 대부분 나이가 100억년 가까이 되는 늙은 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별은 적게는 수천개에서 많게는 수십만개까지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 은하의 외각부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거리가 멀어서 작은 천체망원경으로는 별 하나하나를 보기 힘들고, 뿌옇고 작은 구형태로 보이게 됩니다.
행성상성운과 구상성단의 공통점은 크기가 작고 뿌옇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행성상성운이야 원래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대상이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구상성단은 별들로 이루어진 대상이지만 뿌옇게 보인다는 것이 관측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아쉽습니다.
1m 천체망원경은 이런 작고 희미한 대상을 관측하는데 강점이 있습니다. 1m 천체망원경은 그 크기로 인해 고배율로 관측하기 좋습니다.(오히려 저배율로 관측하기가 어렵습니다.) 250배 이상은 가뿐하게 넘길 수 있는 고배율 관측은 작은 대상을 크게 확대하여 관측하기 좋습니다. 그리고 주경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고배율로 관측하였을 시에도 대상이 크게 어두워지지 않습니다.
전에 설명드렸지만,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할때 배율을 높이게 되면 면적이 있는 대상은 점점 어두워집니다. 보이는 대상의 밝기는 주경의 크기로 결정되고, 주경이 커지지 않는 이상 대상이 더 밝아지지는 않습니다. 밝기가 고정된 대상의 배율을 높여 그 크기를 키우게 되면 단위면적당 밝기는 어두워지게 되고, 결국은 너무 어두워 관측이 어렵습니다.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행성상성운이나 구성성단을 고배율로 자세히 관측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1m 천체망원경은 일반적으로 시민천문대에 설치되는 600mm 천체망원경에 비해 보이는 대상의 밝기가 2.7배 이상 더 밝습니다. (어두운 대상을 밝게 해주는 천체망원경의 기능을 집광력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집광력은 주경의 면적에 비례합니다. 1m 주경은 600mm 주경에 비해 면적이 2.77배입니다.) 보이는 대상 자체가 밝기 때문에 배율을 높여도 단위면적당 밝기를 어느정도 유지할 수 있고 어두운 대상을 자세하게 관측할 수 있습니다.
행성상성운을 1m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면 중심별은 물론 성운의 자세한 구조를 관측하실 수 있습니다.
1m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는 구상성단은 환상적입니다. 시야 안에 수많은 별들이 빽빽하게 관측되며, 실제 사진과 같은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거리가 멀어 작고 희미하게 보이는 은하들도 1m로 관측할 수 있는 좋은 대상입니다. 은하핵과 나선팔의 구조는 물론 심지어 그 은하에 속해 있는 대상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잘 보인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은하의 별들은 보이지 않고 여전히 뿌연 형태로 관측됩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산개성단을 비롯한 면적이 넓은 대상은 관측이 불리합니다.
산개성단은 수십개에서 수천개의 별들이 흩뿌려져 모여있는 대상입니다. (말 그대로 별이 산개(散開)되어 있습니다.)
산개성단은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는 대표적인 대상으로 우리은하 나선팔에 위치하며 거리가 가까워 밝고 넓은 면적을 갖습니다.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산개성단을 관측하면 마치 산이나 높은 빌딩에서 도심의 야경을 바라보듯 밝은 별들이 화려하고 넓게 흩어져있습니다. 대표적인 산개성단으로는 겨울철에볼 수 있는 플레이아데스성단이 있습니다.
그러나 1m 천체망원경은 이런 넓은 대상을 관측하기 어렵습니다. 고배율에 적합하기 때문에 산개성단을 관측하면 전체 모습이 아닌 일부분만 관측됩니다. 산개성단이 구상성단처럼 별이 많고 밀집되어 있진 않아서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약간 많은 별들’ 뿐입니다.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산개성단을 관측한 뒤 1m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시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안드로메다 은하와 같은 거대한 대상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은하의 일부분만 (대부분 은하핵을 보여줍니다.) 관측이 되어서 상상하신 것보다 볼품없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큽니다.
다행히 시민천문대들은 주망원경 이외에 보조망원경을 운영하고 있기에 이런 대상들은 보조망원경을 통해서 관측할 수 있습니다.
달이나 행성도 잘 보이지만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달이나 행성은 굳이 1m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지 않아도 잘 보입니다. 물론 1m 천체망원경을 보유한 시민천문대들은 달이나 행성도 많이 보여드립니다.
해왕성과 천왕성은 1m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천체망원경에 비해 밝게 관측됩니다. (아쉽지만 푸른색의 부은 별처럼 관측됩니다.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본 행성상성운과 비슷합니다. 행성상성운이 왜 ‘행성모양의 성운’으로 불리는 지 확실하게 아실 수 있습니다.)
심지어 1m천체망원경으로는 명왕성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명왕성은 14.3등급의 밝기를 갖습니다. 지난번 명왕성 주제로 이달의 밤하늘이 작성될 때 저의 ‘난 명왕성을 1m 천체망원경을 통해 눈으로 관측한 적 있다.’ 란 말이 사무실에서 진위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1m 천체망원경의 한계등급은 17등급정도로 명왕성을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희미한 별처럼 보이는 명왕성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1m 천체망원경을 보유한 시민천문대는 전국에 총 5곳입니다. 경기도 과천의 “국립과천과학관”, 대구광역시 달성군의 “국립대구과학관”, 전라남도 고흥군의 “국립청소년우주센터”, 강원도 화천군의 “화천조경철천문대”, 전라북도 부안군의 “부안청림천문대”에 각각 1m 천체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북구의 “국립광주과학관”에는 1.2m 천체망원경이 곧 설치될 예정입니다.
딥스카이 관측에 좋은 800-600mm 급 반사망원경을 보유한 시민천문대
구경이 큰 천체망원경은 성운, 성단, 은하와 같은 어두운 딥스카이 관측에 유리합니다. 작은 천체망원경에 비해서 집광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오늘밤(2019년 9월 5일 기준) 시민천문대를 방문하시면 볼 수 있는 대상들을 소개하겠습니다.
<거문고자리 M57, 고리성운>
거문고자리의 고리성운은 대표적인 행성상성운입니다. 외각쪽 색이 밝고 안쪽은 어두운색으로 이루어져 마치 반지처럼 보인다고 해서 고리성운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작은 천체망원경으로 고리성운을 관측하시면 마치 부풀은 별처럼 보입니다. 200mm 이상급의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시면 고리형태도 관측하실 수 있습니다.
600mm 이상급의 천체망원경으로는 고리형태와 안쪽의 희미한 중심성의 모습까지도 보실 수 있습니다. 직녀별 근처에 위치하여 직녀가 낀 가락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여름철의 아름다운 대상입니다.
<방패자리 M11, 야생오리떼 성단>
방패자리와 독수리자리 사이에 위치하는 아름다운 산개성단입니다. 산개성단 중에서 많은 별들이 밀집되어 있는 성단으로 유명합니다. 크기가 작아서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보면 작게 밀집되어진 희미한 별들로 보입니다.
600mm 이상급의 천체망원경은 더 크고 선명하게 밀집된, 마치 은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은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마치 야생오래가 군집을 이룬 모습같다고 하여서 야생오리떼 성단이라고 불립니다.
<안드로메다자리 M31, 안드로메다 은하>
가을철 대표적인 거대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입니다. 가을철의 대상으로 안드로메다 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금 하늘에서는 동쪽하늘에 위치합니다. 맨눈으로도 보일 정도로 밝은 대상이며 작은 천체망원경으로도 은하핵과 희미하게 타원형으로 퍼진 나선팔부분을 보실 수 있습니다. 600mm 급 천체망원경으로는 은하핵과 나선팔의 형태가 더욱 뚜렷하게 관측되며 주위의 위성은하인 M32와 M110도 같이 보실 수 있습니다.
<페르세우스자리 이중산개성단(NGC869, NGC884)
안드로메다 은하와 함께 대표적인 가을철의 대상으로 지금 밤하늘에서 동쪽하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카시오페아 자리와 페르세우스 자리 사이에 위치합니다. 은하수 안에 있어서 성단의 배경에도 많은 별들이 보입니다. 각각 수백개의 별들이 모인 산개성단으로 NGC869는 NGC884보다 조금 느슨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시면 두 개의 성단을 한 시야안에 관측할 수 있으며 배경별들과 조화를 이루어 매우 화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600mm 이상급의 천체망원경으로 관측 시에는 각각의 산개성단을 자세히 관측할 수 있으며 성단을 이루고 있는 별들의 구조까지 볼 수 있습니다.
600mm 이상의 천체망원경은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는 대상을 더욱 자세히 관측할 수 있으며,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관측이 불가능한 대상까지 관측할 수 있습니다. 성운, 성단, 은하를 관측하기 최적의 천체망원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원도 영월군의 “별마로천문대”(리모델링으로 휴관중이니 확인 필수!), 충청남도 천안시의 “천안홍대용과학관”, 경상북도 영천시의 “영천보현산천문과학관” 등의 시민천문대에서 800mm의 천체망원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딥스카이 대상들을 일반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600mm 천체망원경을 보유한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장흥정남진천문과학관”, 400mm 천체망원경을 보유하였지만 관측환경이 뛰어난 “영양반딧불이천문대” 등의 시민천문대에서도 관측하실 수 있습니다.
도심 속 하늘에 특화된 시민천문대
굴절망원경은 반사망원경에 비해 그 크기가 작습니다. 거울을 사용하는 반사망원경에 비해 렌즈를 사용하는 굴절망원경은 큰 구경의 천체망원경을 제작하기 어려우며 제작비용도 많이 듭니다. 이러한 이유로 굴절망원경은 반사망원경보다 집광력이 떨어져서 어두운 대상을 관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반사망원경에 비해 뚜렷하고 깨끗한 대상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굴절망원경은 반사망원경에 비해 도심 속 하늘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도심은 밝기 때문에 대구경 반사망원경으로도 딥스카이 대상을 관측하기 어렵습니다. 반사망원경은 어두운 환경에 설치되었을 때 유리합니다. 도심에서는 달, 행성과 같은 밝은 대상들만 관측이 가능합니다.
달과 행성, 밝은 별들만 관측가능한 도심에서 굴절망원경은 그 능력을 보여줍니다. 달과 행성을 고배율로 관측하였을 때 깨끗하고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며, 특히 이중성과 같은 별들을 관측하기 좋습니다.
백조자리에 위치하는 아름다운 이중성인 알비레오(Albireo, 백조자리 베타)입니다. 맨눈으로 보았을 때는 마치 하나의 별로 보이지만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면 두 개의 별로 보이는 이중성입니다. 특히나 하나는 붉은빛을, 다른 하나는 청색을 띄는 대비로 매우 아름다운 이중성으로 꼽힙니다. 은하수 안에 위치하여 알비레오 이외에 수많은 배경별도 함께 관측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별들과 달, 행성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천문대인 대전광역시 유성구의 “대전시민천문대”에는 렌즈지름 254mm의 굴절망원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상남도 김해시의 “김해천문대”와 경기도 군포시의 “군포누리천문대”에는 200mm의 굴절망원경을 보유하고 있어 쉽게 방문하여 천체를 관측할 수 있습니다.
천문대에서 근무를 해봤던 경험에 의하면 명절 직전이나 당일은 관람객이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과학관 및 천문대는 추석 당일 휴무이거나 오후 개관을 합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는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폭증을합니다. 가족과 모여서 할 수 있는 여가생활 중 천문대 방문은 가족구성원에게 만족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교외지역에 있기때문에 드라이브를 나가거나,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으므로 어른들이 만족하고, 천체망원경으로 관측이나 다양한 교육시설 체험등을 하기때문에 어린이들 또한 만족합니다. 아마 이번 명절에도 보름달을 보고싶어서, 혹은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 천문대를 찾는 가족들이 많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물론 보름달이 뜨면 딥스카이들은 보기가 힘들어지긴 합니다만 각각 천문대의 상황에 맞는 관측을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각 천문대에서 보유한 대형망원경의 특징을 파악해보시고 방문하시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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