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생각나는 안드로메다 이야기

가두연 기자 승인 2019.10.24 15:09 | 최종 수정 2019.11.29 14:44 의견 0

안드로메다은하(Andromeda galaxy, M31)는 가을철 밤하늘을 대표하는 대상입니다.

[안드로메다 자리와 안드로메다 은하]

어두운 곳을 찾아가시면 안드로메다은하를 맨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겉보기등급이 3.44등급으로 북반구에서 볼 수 있는 은하들 중 가장 밝습니다. (물론 별의 3등급이나 4등급을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여러번 설명드렸듯이 면적을 갖고 있는 대상은 점상인 별보다 실제 보이는 밝기가 훨씬 어둡습니다.) 우리 은하 밖의 외부은하를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보이는 크기 역시 상당히 큽니다.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은하의 위성은하를 제외하고 가장 가까이 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크기(시직경)는 가장 긴 부분이 약 3°로 보름달(시직경 0.5°)보다 6배정도 큽니다. 가장 짧은 부분도 약 1°의 크기로 보름달의 두배정도 됩니다. 

시직경을 재는 간단한 방법은 손가락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팔을 쭉 뻗고 새끼손가락을 펴서 하늘을 가리켰을 때 새끼손가락의 너비는 시직경 약 1°정도가 됩니다. 달과 태양은 시직경 0.5°로 새끼손가락으로 가려집니다. 하지만 안드로메다은하는 새끼손가락으로 가려지지 못하며 새끼손가락 3개의 너비를 갖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은하핵이 가장 밝고 은하 외각으로 갈수록 어두워지는 은하의 특성상 3°의 시직경이 모두 맨눈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어두운 곳에서 맨눈으로 보인다는 것도 희미하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안드로메다 은하 찾는 법!!

안드로메다은하는 “안드로메다 자리 3-3번지”라는 재미있는 별명이 있습니다. 안드로메다 자리를 그려보면 안드로메다 공주가 양팔을 벌리고 오른쪽 무릎을 살짝 굽힌 모습으로 그려집니다.(처음에 나왔던 그림을 참고하시면 됩니다~^^)안드로메다 은하는 굽혀진 오른쪽 무릎 부근에 있습니다. 안드로메다 공주의 머리부분인 알파별부터 찾아가면 다리부분이 시작되는 베타별이 3번째별이 되며 다시 오른쪽 무릎에 해당하는 뉴(ν)별까지 3번째별이 됩니다. 알파별인 알페라츠(Alpheratz)를 찾으시면 알페라츠부터 동쪽으로 3번째별, 거기서 북쪽으로 3번째별 부근에 있어서 안드로메다은하를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딥스카이를 파인더(천체망원경에 장착된 작은 망원경, 대상을 찾기 위해 사용됨)를 이용하여 찾기 위해서는 호핑(Hopping)법을 이용하여야 합니다.
정석적인 호핑법은 파인더의 시야각을 측정하여 파인더 시야 안에서 성도상의 별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호핑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8등급 이상의 별까지 표시된 성도(대체로 파인더는 8등급 정도의 별까지 볼 수 있습니다.)와 파인더의 시야가 원으로 표시된 투명용지가 필요합니다. 성도에 파인더 시야를 겹치고 원 안의 별의 배치를 숙지하고 실제 파인더로 보이는 별의 배치와 비교하며 대상으로 천천히 찾아가는 방식입니다. 8등급 이상의 성도를 구입하시면 대부분 파인더 시야를 표시하기 위한 투명용지가 함께 제공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정석적인 호핑법을 배울 때 빼고는 써본 적이 없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분들은 별과 별 사이를 징검다리처럼 건너뛰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첫 번째 목표별을 찾고 다음 목표별로 바로 건너뛰는 것입니다. 목표별까지의 방향과 성도를 통해 목표별과 주변 별의 배치를 숙지하시면 정석적인 방식보다 더 쉽고 빠르게 대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목표별은 대상과 파인더 시야에 함께 들어오는 가능한 가까운 별로 하며, 마지막으로 성도로 대상과 주변별의 배치를 통해 실제 대상을 찾게 됩니다.

이러한 호핑법을 연습할 때 안드로메다은하는 좋은 대상이 됩니다.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밝기 때문에 파인더를 통해서도 잘 보입니다. 특히나 첫 번째 목표별로 가장 밝은 알파별인 알페라츠를 정하신다면 동쪽방향으로 두 번째 목표별은 델타(δ)별, 세 번째 목표별은 베타(β)별로 찾아갈 수 있으며, 방향을 북쪽으로 바꿔서 다음 목표별을 뮤(μ)별, 마지막 목표별을 뉴(ν)별로 하여 안드로메다은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안드로메다 자리 3-3번지”는 안드로메다은하를 찾아가는 호핑법을 표시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호핑법에 숙달되시면 첫 번째 목표별을 알파별이 아닌 베타별로 할 수 있으며, 심지어 마지막 목표별인 뉴(ν)별, 또는 안드로메다은하 자체를 바로 찾을 수도 있습니다. 초심자에게는 매우 고마운 대상입니다.

지금 안드로메다자리는 10시 기준 동쪽하늘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안드로메다은하를 작은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면 중심부의 은하핵이 구형태로 작고 뿌옇게 관측되며 그 주변으로 타원형태의 나선팔부분이 은하핵보다 더 어두운 밝기로 뿌옇게 관측됩니다. 200mm 이상의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하면 안드로메다은하의 위성은하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은하의 북쪽과 남쪽지역에 타원과 구형태의 희미한 덩어리가 그것입니다. 북쪽의 희미한 대상은 M110이라고 불리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위성은하입니다. 형태는 타원형으로 제법 밝기가 밝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은하핵의 남쪽 방향에는 구형태의 희미한 대상이 있습니다. M32라고 불리는 이 대상은 M110과 함께 안드로메다은하의 위성은하입니다. M110보다는 은하핵과 가까운 위치에 있으며, 작은 구형태로 보입니다. 

안드로메다은하는 거리가 약 257만광년 떨어져 있으며 우리은하와 가장 가까운 외부은하입니다.(우리은하의 위성은하 제외)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안드로메다은하는 “안드로메다 대성운”이라고 불리며 우리은하의 구성원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에드윈 허블(Edwin Powell Hubble, 1889.11.20 ~ 1953.9.28)이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하여 거리측정에 성공하였고 이를 통해 우리은하에 속한 구성원이 아닌 또 다른 외부은하라는 것이 밝혀졌고 안드로메다 은하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안드로메다 은하와 오리온자리 대성운을 비교한 것입니다. 둘 다 뿌옇게 보이는 대상이지만 성운은 먼지와 가스로 이루어진 천체로 우리은하에 속해 있으며, 은하는 성운, 성단이 포함된 천체로 우리은하에 속해있지 않고 거리가 멀어 뿌옇게 보이는 것입니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눈으로 관측하면 사진에 나타나는 색감이 보이지 않고 회색으로 관측되어 더욱 비슷해 보이지만, 이 둘은 분명히 다른 대상입니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은하와 가깝고 밝아서 초보자들도 쉽게(노력하시면 됩니다. 쉽습니다!! ) 찾을 수 있는 대상입니다. 하늘에 보이는 별자리를 익히시고 “안드로메다 자리 3-3번지”만 기억하시면 위치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작은 천체망원경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어두운 하늘로 나가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번 말씀드리지만 관측조건은 최대한 달이 없는 어두운 환경이어야 합니다. 밝은 대상이지만 달빛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은하 쪽으로 맹렬한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약 35억년 후 우리은하와 충돌하여 더 거대한 은하로 합쳐질 것입니다. 충돌순간에는 은하수가 마치 X자로 겹쳐진 모습으로 보일 것입니다. 상상만 해도 환상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저의 목표는 이 순간을 관측하는 것입니다.) 충돌 이후 합쳐지는 전 과정은 30억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 동안 우리 지구에는 어떤 일이 있을까요? 은하 두 개가 합쳐지며 별의 밀도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 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별과 별사이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매우 멀기 때문에 지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와 함께 내기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저는 지구가 안전할 것이다는 쪽으로 하겠습니다. 내기의 결과는 70억년 후에 밝혀집니다. (태양의 수명이 50억년 남았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합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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